“야 ! 고목이다.”

  공자님의 제자가 심었다는 나무가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찌나 오래 되었는지 나무의 모습이 괴이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한다. 지금으로부터 이 천 오 백 년 전의 일을 알 수는 없지만 나무는 그 당시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해진다.

  배를 타고 산동성에 와 버스로 7 시간 이상 달려서 찾은 곡부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떠난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새로운 풍광에 취하여 감동에 젖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다. 공부는 공자의 후손들이 살았던 집이고 공림은 묘지이며 공묘는 사당이다.

  소나무 천년, 측백나무 만년.

  처음으로 알게 되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측백나무를 중요시하지 않는다. 측백나무에 비해서 소나무는 매우 소중한 나무이다. 그 값을 비교해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데 공림에는 측백나무가 즐비하다. 수업이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모두 다 측백나무다. 수 천 년을 그 자리에 서서 지키고 있는 것이다.

  공부의 노벽을 바라보면서 역사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된다. 진시황의 명령에 의해 전국에 있는 모든 책들을 불태워버린 일을 분서갱유라고 한다. 이곳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진시황은 세자에게 명령하여 직접 책들을 찾아내게 하였고 모두 불태워버렸다. 이런 폭거를 극복해준 역사적인 유물이 바로 노벽이다.

  책을 속에 넣고 벽을 쌓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분서갱유의 소용돌이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노벽을 바라보는 마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을 잘 떠나왔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생각의 전환 시점이 될 수 있으니, 사고의 폭의 깊어짐을 의식할 수 있다. 이는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떠난다는 것은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용기다. 아무리 가고 싶은 욕망이 있어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떠날 수 없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떠나지 못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떠나지 못하면 방향 전환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새로운 세상을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다.

  떠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이는 도전이지만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 떠나게 되면 외롭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힘들고 고되지만 분명 그만한 가치는 있다. 낯선 지방을 여행함으로서 새로움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다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힘들고 지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산동의 곡부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세상의 모습에 푹 빠졌다. 떠날 때까지는 많은 갈등과 불안함을 있었다. 그러나 결단을 하고 난 뒤 떠나게 되니, 잡다하고 번거로운 생각은 모두 접어버리고 즐길 수 있었다. 뜨거운 열기로 몸이 지치고 피곤해졌지만 그에 반하여 얻을 수 있는 꿈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