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적의(敵意)’다. 돈과 권력을 쟁탈하기 위한 비정상이 많은 국민의 마음속에 가득 차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비정상’을 현실에서 정상화하려는 국민의 의지는 박약할 수밖에 없다.
고비용 구조의 사회가 짓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의 수가 그만큼 적은 탓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부와 권력의지를 불태운다. 그렇지만 국민의 마음을 채울 부와 권력은 언제나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그 대가는 늘 천정부지다.

이런 사실 때문에 나타난 것이 물불 가리지 않는 제 사회 영역에서의 ‘피의 경쟁’이다. 부와 권력을 향한 국민의 마음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다. 이 같은 과도한 경쟁이 유발하는 비용의 크기는 개인이 부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큰 비용을 조달해 일단 그곳에 진입만 하면, 그 비용을 충당하는 것과 함께 탄탄한 삶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그곳을 행해 질주하던 많은 국민들 중 실제로 그곳에 도달하는 국민의 수는 매우 적다. 보통국민이 그 곳에 이르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의 마음에는 적의(敵意)가 점차 더 쌓여가고 있다.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작용하는 것이 사회 구조적 병리현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통틀어 ‘(역사적)비정상’이라고 말한다.

이미 우리사회에는 지난 60년 역사의 시기를 거처 오면서 각종 특혜를 기반으로 구축된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영역을 굳건히 구축한 상태다. 돈과 권력을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은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정말 단단한 카르텔을 형성했다. 가장 대표적인 카르텔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며,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 집단이다. 특히 ‘삼성 공화국’이라는 표현의 한 예가 그 사실을 대변한다. 우리사회에서 그나마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자면 이 카르텔과 어떤 연관을 반드시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국민은 늘 생계의 위협 속에서 쫒기는 일상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연간 국민총생산의 약 80%를 앞서 지적한 카르텔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우리의 국민총생산은 약 1,4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약30%에 해당하는 500조 원 이상이 세수로 걷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해 집행된다. 여기에 더해 소위 삼성, 현대 등 소위 10대 재벌기업의 연간 총생산이 연간 국민총생산의 약 80%대에 이르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앞서 지적한 카르텔과 연관을 맺지 못한 전체 국민의 약 80%에 해당하는 보통국민(서민)은 국민총생산의 약 20%대 곧 300조원이 채 안 되는 규모의 국민총생산액을 나눠먹어야 한다. 이 때문에 보통국민들 사이에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과당 경쟁이 촉발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는 앞서 지적한 카르텔의 지배 속에 있다. 특히, 이 카르텔은 각종 정보지배와 함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장악한다. 한편 이 카르텔은 그 지배력을 지켜내기 위해 온 열정을 집중한다. 지난 60년 동안 구축된 각종 특혜는 특정권력을 창출하고, 특정권력은 돈을 창출한다. 이 돈은 다시 특정특혜를 창출한다. 이처럼 특정특혜를 기반으로 하는 돈과 권력은 서로를 지지하며 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세의 지속은 기득권 카르텔을 더욱더 강하게 구축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저들은 강력한 카르텔을 더 강한 카르텔로 진격시키기 위해 또 다시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강한 권력 구축에 나선다. 저들의 이 같은 행위는 무한 확장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사회는 특정세력에 의해 역사적 비정상 상태를 구축했고, 그 비정상 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역사적 비정상 상태’를 구축한 저들은 이 역사적 비정상 상태를 정상상태로 여기는 등 자기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짓말에 너무 능숙한 나머지 거짓을 말하고 있는 자신의 행동을 오히려 정상상태로 여기는 것과 같다. 이는 저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부족이 몰고 온 부당함이다. 이 때문에 저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저들에 대한 적의(敵意)가 넘쳐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득부족으로 보통국민들 사이에서도 소득쟁탈전이 벌어지는 등 적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범국민적 소통과 화합은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다. 소통을 통한 범국민적 대화합이 충분히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앞서 지적한 모든 사회적 적의(敵意)를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체제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산업(경제)구조를 재편하는 등 경제사회구조 개선에 국민전체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앞서 지적한 카르텔이 해체되고, 종래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사회가 비로소 열린다. 범국민적 합심 없이는 그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소통을 통한 국민 대화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침몰의 비극’은 그 시기를 앞당기라는 신호탄이다.

20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