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기 위해 온국민들의 뜨거운 환송인사를 받으며 평양으로 떠났다.

이날 밝은 표정으로 2일 역사적인 두번째 발걸음을 떼는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감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맨 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앞에 나와 대국민 인사문을 발표한 이후 권양숙 여사와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권 여사도 화사한 분홍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역사적인 현장에 동참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오전 7시 55분쯤 청와대 본관 앞에 미리 준비된 차량에 밝은 표정으로 올라 국무위원 및 청와대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청와대를 출발, 평양으로 향했다.

백종천 청와대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공식수행원 13명도 대통령 내외와 함께 청와대를 출발했다.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이 도열해 손을 흔들며 전송하는 가운데 청와대 본관을 출발한 노 대통령내외는 청와대 정문앞 효자동 분수대 근처에서 경호원들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을 시작했다. 광화문 일대 등에는 시민들 수백여명이 길가에 나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앞서 특별수행원 49명과 일반수행원 88명, 기자단 50명 등 대표단과 대통령 전담요리사, 오·만찬 진행요원 등 행사지원 인원들은 오전 6시께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모여 8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먼저 출발했다.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하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재벌 총수들도 버스편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갖는다. 정상회담 추진부터 회담 성사까지의 양측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수대의사당은 우리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곳이다. 북한의 정치 주요 행사와 국가회의가 열리는 장소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중공업관 방문을 끝내고 이날 저녁 7시께부터는 목란관에서 북측이 마련한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주최하고 공식 일정(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만남)은 없지만 북측의 환영만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곳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깜짝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이 있는 3일은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오전부터 시작되는 회담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얼굴을 맞대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현안의 해법 찾기에 나서게 된다. 단독회담이 될지 확대회담이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회담에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장관, 백종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등이 배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 직후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간단한 면담을 갖고 옥류관에서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이날 오후에는 대동강 능라도의 5ㆍ1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곳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노 대통령은 이후 우리 측이 인민문화궁전에 마련한 답례만찬에 참석한다. 김 위원장의 등장이 예상되는 자리이다. 기대대로 김정일 위원장이 아리랑 공연장, 답례만찬에 모습을 드러내면 이날 두 정상은 하루종일 자리를 함께 하게 된다. 노 대통령은 만찬 직후 오전 가졌던 회담 내용을 바탕으로 6ㆍ15 공동선언과 같은 남북 합의문 마련에 나선다. 따라서 이날 저녁 늦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4일 노 대통령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평양을 떠나 남포로 향한다. 이곳에서 길이 8㎞에 달하는 다목적 방조제 '서해갑문'을 둘러본다. 이 자리에서 조력발전소 건립 등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통일교, 북한합작기업인 평화자동차 남포공장도 방문한다. 이후 노 대통령은 평양으로 돌아와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주최하는 환송오찬과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공동식수행사에 각각 참석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개성공단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개성공단의 현안을 최종 점검한다. 개성공단 방문을 마치고 2일 오전 9시께 넘었던 군사분계선을 다시 넘어 오후 8시께 청와대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