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모레 뮤지움(전 태평양박물관)이 2006년 3월 6일부터 8월 26일까지 ‘고려청자 잔(盞)’ 기획전을 연다. 처음 공개되는 청자음각 연당초문 뿔잔 등 디 아모레 뮤지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고려청자 잔 20여종이 소개될 예정이다. 디 아모레 뮤지움은 여성과 차를 주제로 한 사립박물관으로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사용하였던 여성의 장신구, 화장용구를 비롯해 하여 우리나라 차문화에 관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 아모레 뮤지움이 소장하고 있는 청자상감 모란문 통형잔이 주목할 만하다. 일괄 입수한 14개 모두 뚜껑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형태의 잔이 고려시대에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었으며, 모임이나 회의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길이가 27cm에 달하는 청자음각 연당초문 뿔잔은 이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뿔잔은 삼국시대 도기부터 있었으나 그 이후 활발하게 제작되지는 않았던 듯 백자와 청자에서는 그 제작 유례가 적다. 투명한 유약 밑에 선명한 음각선으로 당초문양이 드러난 이 뿔잔은 문양과 형태면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청자뿔잔보다 유려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 밖에 음각, 양각, 상감기법의 청자완(위로 넓게 벌어진 형태의 그릇)을 비롯하여 바깥면에 철채를 입히고 안쪽에는 양각문을 새긴 청자잔이나, 바깥면에는 윤기가 흐르는 철재에 안쪽에는 단촐한 음각문대를 새긴 대접도 선보인다. 이러한 철채 청자는 중국의 북방요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든 것이다. 또한 왕실에서 차를 마시는데 주로 사용되었던 청자탁잔은 다양한 잔탁과 함께 선보인다.
잔(盞)
잔은 술이나 차, 또는 물 등을 마시기 위해 또는 담아두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도 인간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그릇 형태이다. 무엇인가를 마신다는 행위는 매 순간 반복되는 일이며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신다는 것이 필수적인 행위인 것처럼 마시는데 사용된 일상 용기도 필수적이었다.
고려시대의 잔들은 비록 술, 음료, 차를 마시던 그릇들을 뚜렷하게 분류할 수 없지만 잔들의 다양한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쓰였던 잔으로는 청자완, 통형잔(筒形盞), 종형잔, 탁잔(托盞)을 들 수 있으며 이 그릇을 만드는데 사용된 기법은 음각, 양각, 상감기법이 있다. 지금 까지 남아 있는 고려시대의 평범한 잔들은 현대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그 기능과 형태가 보편적이다.
한편 잔은 산자뿐만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해서도 존재하였다. 그것은 주로 의례에서 소용(所用)되었던 것으로 고려 시대 가장 성대했던 의례로는 연등회, 팔관회를 들 수 있다. 연등회는 번뇌와 무지로 가득찬 어두운 세계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의 공덕을 기려 선업을 쌓고자 하는 공양의 한 방법이었다. 또한 팔관회는 지방관들이 글을 바치고 송상, 여진, 탐라의 사절이 축하선물을 하는 등 국제적인 행사가 되었다. 이렇게 고려시대는 다양한 불교 의식과 외국의 사신을 맞는 행사, 왕실 자체적인 행사 등 여러가지 의례가 있었다.
이러한 제례와 상례를 치를 때 술, 차 등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였던 것이 잔이었다. 의례 속의 잔은 일반적인 청자잔과는 달리 물상(物像)을 닮게 만든 상형 청자가 많은데 이것은 의례의 엄숙성을 더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의 뿔을 닮은 뿔잔, 용머리를 손잡이로 만든 용머리잔, 높은 다리를 가진 고족배, 잔과 잔탁이 함께 있는 탁잔이 그 예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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