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사회에 점차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낳을 평균출생아 수)’ 1.25명이라는 세계 최하위의 낮은 출산율이 그 점을 대변한다. 소위 88만원 세대가 결혼 적령기를 맞았지만, 그들에게 혼인은 꿈에 불과하다.

결혼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결혼 적령기에 다다랐더라도 가장 먼저 안정된 직장과 함께 소득이 보장되어야만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갚지 못한 빚(학자금 대출 등)이다.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근 5년간의 평균 성장률이 2%대를 약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률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 내지 못한다. 자연히 88만원 세대의 경우 대학 졸업과 함께 수많은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지만, 그들에게 되돌아 간 답은 아예 없거나 그저 안타깝다는 말 뿐이다.

일단 대학을 졸업하면 그들은 취직을 하기 전까지 부모의 소득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그런 식의 삶은 스스로에게 굉장한 상처이며, 자괴감을 안긴다. ‘청년 자살률’이 매우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소위 ‘베이비 붐(1958년-1963년 생)세대’로 일컫는 그들의 부모세대는 직업 전선에서 은퇴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그들 역시 점철된 역사반전의 시기를 거쳐 왔고, 연 이은 경제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그들의 수명은 10년 이상 더 늘었다. 소득 기반은 없는데 살아가야 할 날이 더 길어졌다. 이로 인해 향후 노인의 자살률 또한 높아 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소득재분배 구조의 개선과 함께 산업구조의 재편이 또한 필요하다. 그러자면 새로운 비용의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소득을 실현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재원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 우리사회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 자연히 시대정신의 변화와 함께 국민의식 및 행동양태까지 크게 변하고 있다. 양육의 부담은 커졌지만, (부모)공양의 문화는 구름이 흩어지듯 옅어졌다. 자연히 세대 간의 화합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세대 간 대결구도를 확연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런 세대 간 대결경향을 우리는 지난 6.4전국동시 지방의원 선거 결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회는 제 나름의 진화를 계속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가 진화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병리현상이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대참극’은 그 점을 보다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기 사회발전을 주도한 소위 관료주의 문화의 이면에 적체 되어있던 병폐가 그 사건으로 인해 그 모습을 드러났다. 바로 ‘관피아’의 문제다. 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정부가 크게 강조하곤 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 고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 문제를 치유하자면,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조직화와 함께 세력화 되어 있고, 그 힘에 기대어 그들의 밥그릇을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사실 근대화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기 동안 우리 국민은 관료가 행하는 모든 것에 대해 무조건 수용했다. 그들을 우리사회의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한편 조건 없이 그들의 행동을 수용함으로서 그들에게 존경심을 표해왔다.

그러자 그들은 그 같은 국민의 존경심을 역이용했다. 그들의 행동은 국민에 대한 일종의 배신행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점차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는 쪽으로 그들의 역량을 강화해 소위 기득권 세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들은 탐욕에 눈을 떴고, 그들의 직무상 권력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재조직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 그들의 행동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 이제 보통국민도 시대정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스스로가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인이라는 새로운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그것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발전과 함께 국민의식 또한 변해가고 있고, 그것에 의해 창조된 시대정신에 기대어 무엇이 옳은 지 그른 지를 판단하는 등의 사회정의를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까지 이른 것이다. 이로써 국민 스스로 국민의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국민의식은 급기야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도 일반국민과 동등시하는 등의 새로운 사회 사조를 열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을 뒤 받히고 있는 힘은 앞서 지적한 대로 바로 새로이 형성되어 국민의식 속에 깊이 자리한 ‘시대정신’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의 등장에 따라 이제 우리국민 모두는 스스로 ‘인격적 존재’로서의 그 가치를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사회적 차이와 차별을 인정하되 어린아이로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를 동등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런 국민의식 및 그에 따른 행동양태의 변화는 우리 국민 스스로 ‘머슴의 시대’를 종식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머슴의 시대는, 조선왕조 500년 시기 이전부터 쌓아왔던 봉건적 사회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던 일종의 ‘복종주의’이었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민본’을 중시했지만 국민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에 대변혁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조선시대가 말하는 ‘민본주의’는 현재와 같은 국민주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왕도정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조선시대는 어디까지나 봉건적 왕조의 사회였다. 사농공상의 계급이 분화된 사회였다. 이 같은 문화의 습속이 산업화 이후에도 우리 국민의 뼈 속에 은근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습속이 근년 비로소 우리 국민의 뼈 속에서 완전히 빠져 나갔다.

그 만큼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강화되었다.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 지 50년 만에 놀랄만한 경제성장과 함께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 또한 강화되었다. 그러나 우리국민의 민주적 역량을 강화한 그 자본주의가 대 탐욕주의로 나아가면서 오리려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우리의 사회현실에 대한 냉정한 이해 없이 맹목적 낙관주의를 견지하면, 해가 뜨는 나라에서 해가 급속히 지는 나라로 이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사회의 이런 전환은 이미 예고되어 있고, 세월호 사건은 그 점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했다. ‘세월호 대참극’을 계기로 관료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국가개조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도 앞서 지적한 점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우리사회 저변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깊어지고 있다. 성장의 해가 이미 서녘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보다 더 해가 기울어 진 연후에는 우리사회가 경제성장 등 사회발전에 있어서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든다.

사회가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이런 지경에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조차 흔들리고 있다. 해 넘어감을 정부가 최촉하는 셈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인사정책은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무엇이고,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또 무엇인가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선책을 도출해 적극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기울어 가는 성장의 해를 다시 떠오르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출산율을 재고하고,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기를 창조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국민희망의 새 시대가 열린다.

201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