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후보의 궁금금중 몇가지가 있다.

 문국현 후보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시간이 없다는 것에는 그가 정치적으로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 들어있다. 문 후보들 지지자들 사이에서야 메시아가 돌아온 것처럼 경천동지할 일이겠지만 한 발짝 우물만 벗어나면 그들만의 열광이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나도 한때 문빠였다는 것을 고백하였고 창조한국이라는 시민단체가 일어서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아왔는데, 모든 것이 시작이라 문 후보에 대한 장점만 보게 되지 다른 면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멀찍이 떨어져서 대선후보 문국현에 대해 비판적 지지의 입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맹목적으로 따르고 ‘무조건 옳소’하는 것은 사이비 종교단체에 필수교양이지 사이버 팬클럽에까지 광기가 지배해서는 안된다.

◆ 서민의 삶을 얼마나 알까?

1949년생인 문국현 후보는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어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이명박 후보나 홀어머니 아래서 여러 동생들까지 책임져야 했던 정동영 후보, 빨치산 활동을 한 아버지 때문에 불우할 수밖에 없었던 권영길 후보 등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교되는 인생의 시작이었다. 지금의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137억이라는 재산은 그 스스로 인정하듯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만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그의 인생 전반은 배고픔보다는 넉넉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가 서민의 삶에 대해 얼마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물론 책이나 영화를 통해 또는 봉사활동을 하며 대략 알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간접적이다. 카드결제일이 다가오는 것을 걱정하고, 은행대출이 안되어 사채시장을 두드리고, 자녀 학원비라도 벌기 위해 월80만원의 비정규직 자리도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야기가 이쯤 흐르면 문 후보의 두 딸이 비정규직이라는 소리가 나올법하다. 자신의 자녀를 사교육 시키지 않은데다 잘 나가는 곳에 배경으로 집어넣지 않은 것은 정말 본받을만하다. 그렇지만 왠지 배부른 자의 부자유스러운 가식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사람은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애써 없는 흉내 내는 것은 진짜 없는 이들에 대한 값싼 동정이자 모욕으로 비쳐질 수 있다. 직장에서 잘려도 사업이 망해도 돌아갈 강남 도곡동 50평아파트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으며 근성에서부터 다르다.


◆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기부는 정치활동의 발판이었나?

문국현 후보가 스스로 밝힌 그간의 기부액은 12억원이다. 9년간 30억을 기부했다는 가수 김장훈의 소식을 들으며 존경심이 들고 감동적이었는데, 문 후보의 미담역시 사회에서 저명한 사람이 아름다운 환원을 하였다는 점에서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 그런데 문 후보가 블로거와의 간담회에서 말하길, 고아원이나 양로원 같은 복지시설에 대한 기부는 회사(유한킴벌리)차원에서 많이 했기에 자신의 기부는 주로 시민사회단체에 집중되었다고 하였다. 자신의 재산을 공적으로 내어 놓은 점은 높이 사지만, 그 기부 받은 단체의 시민운동가들이 지금 문국현 대선후보 주위에 포진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갑작스러운 출마라 조직을 갖추는 데 교분이 두텁고 명망 있으면서 비정치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따졌을 때 그간의 진정성이 퇴색될 수밖에 없는 지적을 받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아왔던 나로서는 그들이 과연 문국현이란 대표상품을 내걸고 입지를 다지는 정치주식회사를 창립한 건 아닌지 의혹에 싸인다. 김영춘 의원처럼 총선불출마 선언이나 정계불입문의 의사라도 보여주면 조금은 믿음이 갈지 모르겠다.


◆ 나는 됐는데 왜 안 되나?

문국현 후보가 유한킴벌리 CEO에 올라 회사에 만연해 있는 접대문화를 없애고 골프회원권을 처분하여 직원들을 위한 콘도이용권으로 대체하였다고한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차츰 정착되고 이제는 대표적인 윤리경영의 성공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여기서 또다른 의문을 더하게 되는 것은 과연 다국적기업 유한킴벌리가 아닌 국내재벌인 현대건설에서도 통하였을까 하는 거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사회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윤리경영 등으로 자체 이미지를 제고시켜 매출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인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하기도 하며 일류기업으로는 거듭나지 못하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이런 세계의 흐름을 보다가 국내로 눈을 돌리게 되면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 들며, 재벌총수의 강한 의지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문 후보의 성공은 그의 실천의지와 도덕성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와의 만남도 주효했다고 생각된다.

중소기업육성책에 있어서도 문 후보의 성공이 여러 회사에 전파되고 있으며, 이를 따라하여 잘 된 기업이야기도 오마이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나도 어느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일했기 때문에 중소기업 육성이 일자리창출이나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고 느낀다. 문제는 전반적인 중소기업의 현실에 유한킴벌리의 사례가 보편타당하게 신화가 아닌 실제로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는 유한킴벌리처럼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생활필수품을 파는 곳도 있지만 대개 대기업에 의존하는 업체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풍토상 노조간부에게까지 접대를 해야 하고 원가절감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며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4조 2교대나 평생학습을 통한 산업재해방지 및 복지개선 등은 특별한 자금지원이나 세제혜택 같은 혈세가 투입되어야지 중소기업 자력으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중소기업 사장이라면 인건비가 적게 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호하는데, 굳이 비싼 한국인의 고용을 늘리려 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시절 노숙자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맨주먹으로 일어나 대기업의 CEO까지 오른 자신감 때문인지 초라한 그들 앞에 훈계 비슷하게 설교했다고 어느 기사에서 읽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그들의 고개는 호통소리에 더 숙여졌을 거란 안타까움이 들었는데, 문국현 후보 역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 안티조선과 반미

문국현 후보는 2007년 6월에 월간조선으로부터 ‘2007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을 받았다. 그랬던 인연이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스톡옵션 기사로 인해 틀어지고 법정까지 갔지만 가처분은 기각되고 말았다. 문 후보는 월간조선 기사에 대해 ‘월간조선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소회를 밝힌 적이 있는데, 사실 양심 있는 지성인들은 조선일보에 기고를 하지 않을 뿐더러 주는 상도 거부하고 있다. 문 후보는 조선일보가 그나마 환경운동에 가장 관심을 가져주는 언론이라고 칭찬하였는데 자신의 입맛에 달다고 반통일 반민주 반인권의 선봉에 섰던 쓴맛에 대해 모르쇠를 잡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지난 9월 15일에 있었던 전국대학신문과의 간담회에서는 학생들의 반미 의식에 대해서 반미를 왜 하는지, 그것을 해서 우리에게 좋은 게 뭐가 있었는지 되묻고 우리는 유일하게 미국을 갖고 놀고 이용하는 나라라고 설파하였다고 한다. 나는 이에 대해 문 후보가 노련한 정치9단이었다면 젊은이들이 들어 좋을 말을 해 주었을 텐데 아쉽고, 그것이 그의 솔직함을 잘 보여준다고 옹호한 적이 있다. 실제로 2002년 대선에서 미선·효순 양의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높았을 때 당시 노무현 후보는 기념사진이나 찍으러 미국가지 않겠노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고 이것이 그의 지지율 상승에 일정 부분 이바지하였다. 문국현 후보가 반미운동의 가치에 대해 싸잡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학생들의 눈에는 “사람중심”이 아닌 “경제중심”으로만 똘똘 뭉친 기성세대라고 인식될 수 있다.


◆ 신자유주의와 한미FTA

앞서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국제적 경제인이었던 문국현 후보는 신자유주의자에 가깝다는 나름의 평가를 내려 본다. 시대의 흐름이 국가사이 무역협정으로 큰 줄기를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끼지 못하고 신토불이만 외칠 수 없는 노릇이다. 한미FTA에 관해 문 후보의 입장은 조건부 찬성으로 내용에 있어 우리에게 크게 부당함과 무너질 수밖에 없는 농촌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국회에서 비준을 연기하면서 좀 더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한겨레에 실린 박원순 변호사와의 대담에서 한미FTA는 중국, 일본보다 빨리 이루어져 다행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내용에 있어 부실하고 일방에 유리한 협정이 다른 국가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해서 무엇이 좋은 것인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중국이나 일본이 그들 나라의 외교력을 앞세워 철저한 준비를 통해 미국과 동등하게나마 협상을 체결한다면 같은 동북아권에 있는 대한민국에 손해이지 일의 앞뒤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에서 제기하는 비판 중 하나인 ‘문국현은 노무현 대통령의 좌에 있지 않다’라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글을 맺으며 정치는 힘 있는 소수보다 힘없는 다수를 위해 서야한다. 힘 있는 자들이 목소리 또한 크기에 정치꾼들은 그들의 비위만 맞춰주려 해서 요 모양 요 꼴이 되지 않았나 싶다. 문 후보의 대표공약중 하나인 ‘반의 반값 아파트’를 접으라는 일부 철없는 지지자들을 보며 절망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천성이 패거리에 끼기가 힘들고 따라서 적들은 황빠, 전사모 등 다채로운데 이번에는 문빠를 상대로 해야 되는가 보다. 이렇게 돌아서게 된 데에는 프레시안의 기획기사인 ‘정당정치의 위기’가 크게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정치의 모범을 보이고 서민의 편에 섰던 진보정당에 대해 지독한 무관심을 보인 나부터 반성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열렬히 빠져들어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각다귀가 떼거리로 달려드는 것처럼 미쳐 날뛰는 일부 세력에 대한 반감도 자리하고 있음을 밝힌다.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지만 그릇된 선택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