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다녀와서..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
북 노동력-우리 자본·기술 접목하면 경협 성공확률 100%
“토공의 일거리가 정말 더 많아졌습니다.”
200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야기하는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의 커다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인 9월 20일 ‘김천 혁신도시’ 기공식 축사에서 “이번에 제가 북쪽에 가는데 토지공사, 도로공사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오겠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이번 정상회담 성과 중 유독 토지공사가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책임감에다 의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김 사장은 처음 특별수행원 명단에서 빠졌다가 9월 20일 대통령의 발언 직후 다시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됐을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뭔가 이야기가 있겠구나’고 생각했다. 그런 김 사장이 생각해도 이번 정상회담 성과는 엄청났고, 이에 비례해 토공이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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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개성공단 등 경협사업이 가능한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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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에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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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국토지공사> |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3통 문제’ 해결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개성공단의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합의해 개성공단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 김 사장의 이야기다.
“이번에 평양에 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3통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되려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죠. 설계도면 하나도 인터넷으로 보낼 수 없고, 공장이 고장나도 바로 현장을 살펴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지 않으면 개성공단이 활성화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회의할 때마다 북쪽에 얘기해왔어요. 이번에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정상은 또 개성공단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해주 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기로 합의해, 경협의 수준을 한층 확대했다. 이 역시 김 사장이 정상회담 이틀째인 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업종별 간담회 자리에서 북측에 강하게 요구했던 내용이다.
“개성공단 1단계 부지가 분양이 다 됐는데 200여개 업체가 떨어졌습니다. ‘아이고, 빨리 2단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단계 사업을 하려면 시간이 4년 정도 걸립니다.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만큼 늦어지고 마는 셈이죠. 또 여건이 좋아 개성공단이 2단계, 3단계까지 활성화되면 북쪽에 들어가려는 업체가 계속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개성공단과 같은 특구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 제2 특구 조성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에 대한 문의 쇄도
이처럼 막힌 것이 뚫리고 장애물이 사라진 덕택에 정상회담 이후 우리 기업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분양에 실패한 여러 업체로부터 문의전화는 걸려왔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업체의 관심은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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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낮 열린 환송오찬에서 김재현 토공 사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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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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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왔다갔다 하고 인천-해주간 뱃길이 열리고 3통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과거에도 개성공단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많았습니다. 200여개 업체가 개성공단 분양에서 떨어질 정도였죠. 이는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분양가, 남쪽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입니다.”
* 북 노동력-우리 자본·기술 접목하면 경협 성공확률 100%
김 사장은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 기업의 관심은 더 커졌다”고 했다. “3통 문제가 풀리는 등 과거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죠. 문의가 계속 쇄도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 가면 어떻게든지 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습니다.”
남쪽의 수요가 늘고 북쪽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한다면 개성공단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이 개성공단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방북에서 서해갑문을 방문했습니다. 1980년대면 북측 장비가 부족했을텐데 인력으로 짧은 기간에 이런 공사를 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같은 북측의 노동력과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잘만 접목하면 경협사업은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합의 내용만 잘 이행되면 개성공단은 100% 성공한다고 자신합니다.”
* 개성, 대륙진출 중계거점 성장 가능
김 사장은 개성공단이 남북 모두 번영하는 ‘경제공동체 건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해결되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는 물론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철도 합의에 따라 남북철도가 대륙철도와 연결된다면 개성이 남북물류를 비롯한 대륙진출의 중계거점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북쪽의 경제회생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남측의 경제 발전에도 커다란 이익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까닭에 김 사장은 경협사업을 ‘퍼주기’로 보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돈을 버는데 왜 퍼주기입니까”
“웃긴 이야기입니다. 개성공단은 남쪽 기업인을 살리기 위해 만든 겁니다. 기반시설도 우리를 위해서 깐 것입니다.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 들어간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지 손해보러 간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돈을 버는데 왜 퍼주기입니까.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개성공단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사는 방법이고 북측도 같이 공존해서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경협을 하는 것이지, 우리 기업이 손해에도 불구하고 북측을 살리기 위해 경협사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개성공단 1단계 준공식을 마친 토공은 현재 2단계 사업의 조기 착수를 위해 올해 안에 측량 및 토질조사를 실시한 뒤 정부와 북측과 협의를 거쳐 내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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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 토공 사장이 16일 개성공단 1단계 하부구조공사 준공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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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한국토지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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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주, 개성공단과 연계한 산업물류 거점 개발
개발계획상 개성공단 2단계는 총 826㎡ 중 집단 취락지역을 제외한 661만㎡ 내외를 대상으로 한다. 이중 산업단지 개발면적은 397㎡이고 나머지는 골프장 등 관광구역과 생활구역, 상업·업무구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주 특구와 관련해선 아직 구제척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지만 곧 열릴 예정인 총리급 회담에서 사업추진방향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토공은 개성공단 조성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 특구 사업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며 해주 특구와 관련한 TF팀을 구성해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토공은 개성공단은 물론 수도권과 가깝고 항만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개성공단 등과 연계한 산업물류거점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 개성, 남북경협의 모델케이스 될 것
김 사장은 개성공단이 경협 뿐 아니라 특구의 성공적인 모델케이스가 돼서 해주 특구 뿐 아니라 다른 특구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간절히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두가지 문제가 추가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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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기업인들이 3일 노무현대통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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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한 평양 옥류관에서의 오찬을 마치고 대동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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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있다.왼쪽부터 최태원 SK회장,구본무 LG회장, 한완상 대한적십자사총재, 김재현 한국토지공사사장, 권홍사 건설단체연합회 회장.<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앞으로 남북경협의 확대 발전을 위해선 개성공단 1단계와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계나 전기·전자 업종의 입주가 필요하지만 전략물자 통제 때문에 관련 산업의 진출 및 기계화 설비 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Made in Korea’ 문제도 해결돼야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개성공단 제품이 전세계로 뻗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기업이 중국에서 돌아와 개성으로 들어갑니다.”
“북쪽 사람도 우리식구 돼 ‘뭘 할 것인가’ 고민”
김 사장은 서울에서 일산을 거쳐 북으로 쭉 뻗은 자유로를 만든 주인공이다. 토공이 조성한 통일동산과 자유로 조성사업의 총책임자(통일동산 사업단장)였던 그는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자유로를 만들기 위해 철조망과 높은 장벽을 허물 때만 하더라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건너가는 일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또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 때만 하더라도 북측 사람과 만나면 서먹하고 어색했다. 그러나 만남과 대화 앞에 사상과 체제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남북 관계에서 만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나니까 ‘민족’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사상은 다르지만 양측의 경제협력을 위해서 자주 대화하며 만나니까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젠 지사에 나와있는 북쪽 사람도 ‘우리 식구’가 돼서 ‘우리를 위해 뭘 할 것인가’ 고민하곤 합니다. 베트남이나 중국사람과 거래하면 그런게 가능하겠습니까. 동족이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이 통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잘만 하면 ‘경협사업’은 정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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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7032500@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