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 전문가 평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남북경협·북핵 해결 두 마리 토끼 추구한 총리회담 합의서
15년 만에 남북총리회담이 열려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라는 긴 이름의 8조 49개항의 합의서가 채택되었다. 총리급 회담은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 문본의 교환과 발효를 위해 평양에서 총리회담(고위급회담)이 개최된 것을 마지막으로 한 동안 열리지 못했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총리회담이 열리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총리회담의 개최 의미는 그 동안 이룩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2007 남북정상선언’과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의 관계는 6자회담의 협상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북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북·일 수교,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담은 ‘9·19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이러한 ‘9·19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의 가동중단과 봉인을 담은 1단계 이행로드맵 ‘2·13합의’가 이루어졌고, 그 뒤 핵시설의 불능화 및 핵물질 신고를 담은 2단계 이행로드맵을 담은 ‘10·3합의’가 채택되었다. ‘2007 남북정상선언’이 포괄적인 남북관계 발전방향을 담은 것이라면, 이번 총리회담 합의서는 2008년 상반기까지 이행할 1단계 로드맵을 상세히 담고 있다.
* 정상선언 이행 1단계 로드맵 담아내
이러한 의미 외에도 이번 총리회담 합의서는 다음과 같은 커다란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남북관계 발전의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총리회담과 부총리급 경협공동위, 그리고 장관급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 사회문화협력추진위 등이 합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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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은 이번 총리회담에서 2007 정상선언의 구체적인 이행조치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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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까지 국방장관회담, 적십자회담, 그리고 부총리급 경협공동위 1차 회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 1차회의 등을 오는 12월 말까지 열기로 합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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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환송식에서 손을 맞잡은 남북총리. <사진=홍보관리팀> |
그 밖에도 인도주의 분야 협력사업을 위해 적십자회담을 지속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별도의 남북경협공동위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의 구성, 운영 합의서를 채택하여 추진체계를 분명히 하였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남북한의 군 당국자가 참석하지 못해 남북 합의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별도의 국방장관회담으로 넘어간 점이 아쉽기는 하나,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남측의 총리 밑에 국방장관을 포함한 각 부처 장관들이 있는 반면, 북측은 선군정치 하에서 내각과 군부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북대화는 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이 별도의 회담형식을 띠는 2원 체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써 향후 남북관계는 수시로 개최하기로 한 정상회담 외에, 총리회담, 국방장관회담 및 적십자회담의 3개 축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의견 접근, 공동어로 가시화
두 번째 특징은 구체적인 이행조치로서 2007년 말까지 국방장관회담, 적십자회담, 그리고 부총리급 경협공동위 1차 회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 1차 회의 등을 오는 12월 말까지 열기로 한 점이다. 철도·고속도로 개보수, 개성공단, 백두산 직항로, 조선·해운 협력, 철도운영, 남북응원단의 경의선 이용, 공동어로협력, 해주특구·해주항 개발 및 한강하구 공동이용, 기상협력 등을 위한 실무접촉 및 분과 회의도 연내에 열리기로 되어 있다.
이번 합의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한 의견접근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파워포인트 자료를 사용해 직접 설명에 나섰을 정도로,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이 문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여기서 최대 관심사는 공동어로구역이었다. 공동어로수역의 설정은 곧바로 북방한계선(NLL)과 관련되는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해상경계선 획정 때까지 현 NLL을 인정한 위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데 대해 북측이 어느 정도 이해를 보인 것 같다. 최종적인 구역범위나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는 오는 11월 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국방장관회담에서 최종 결정되겠지만, 잘하면 내년 봄 꽃게잡이 때부터 공동어로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양측 당국자남북관계 안정적 유지 의지 일치
이처럼 이번 합의서에서 제도적인 틀과 구체적인 경협사업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의 첫발을 내딛음으로써, 차기 정부의 성격에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남북한 당국자들의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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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북한이 안고 있는 최대 고민은 과연 핵을 포기하고도 안전하게 살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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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군사적 안전보장의 확보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발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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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경제 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2·13합의를 도출해 낸 6자회담 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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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로서는 지난 10년간의 화해·협력 정책을 유지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 놓고 싶어했을 것이다. 북측으로서도 체제의 생존을 위해서도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더불어 남측의 협력이 계속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총리회담의 의미는 좀 더 커다란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리회담의 결과는 지난 200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구체화한 것임과 동시에, 막바지에 이른 김정일 위원장의 핵무기 포기 결단을 이끌어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가 불능화 단계에서 멈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핵무기의 포기가 선군체제의 동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한 만큼, 김 위원장이 결코 핵무기까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속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2007년에 들어 북한은 ‘2·13합의’를 잘 지켜왔고, 지금까지도 ‘10·3합의’를 제대로 이행해 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내년 중반까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제외를 마무리 짓겠다는 일정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 45일 전에 미 대통령이 미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는 일정을 감안할 때, 12월 초 무렵이면 부시 대통령이 미 의회에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시리아 핵 연계설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이렇듯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 때 북측이 ‘10.3합의’까지는 이행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핵 포기 결단 이끌어내야
남는 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연 핵무기의 포기단계에 들어가는 3단계 이행로드맵에 합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8년 봄이면 김정일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아니면 고수할지 판가름 나게 된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린다면 동북아지역은 한반도평화체제, 동북아다자안보협력 등 본격적인 새판짜기에 들어가게 된다. 반대의 경우, 한반도는 또다시 국제사회의 골칫덩이로 되고 말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쉽게 핵 포기를 못할 것이라는 예단보다는, 어떻게 하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핵무기 포기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냐는 점이다.
현재 북한이 안고 있는 최대 고민은 과연 핵을 포기하고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군사적 안전보장의 확보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경제 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회생이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며 이를 반대하는 논리도 있을 것이다. 현재 재래식 군사력이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논하는 일을 뒤로 미루더라도, 경제난에 시달리며 핵을 보유한 북한을 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차기정부 대북정책이 북핵폐기 여부 최종 판가름
이번 총리회담 1차 합의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경협의 세부 일정을 담고 있다. 이번 남북경협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측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남북이 서로 협력한다면 북한이 경제회생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불어주었다는 것이다.
북측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해도 안전하고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만 6자회담도 성공하고, 남북회담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1차 남북총리회담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관계의 발전뿐만 아니라, 오랜 고질병으로 남아 있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커다란 발걸음은 내디딘 것이다.
정파적 이익 아닌 민족적·국제적 안목 필요
한반도 평화의 선택권은 북한도 미국도 갖고 있지 않다. 2006년 말이래 부시 미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전환해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김 위원장도 핵 포기의 수순을 밟아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포기, 나아가 한반도평화의 여부는 차기 한국정부가 어떠한 대북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정파적 이익이 아닌 민족적인 관점, 국제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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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7032500@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