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9일, 남겨놓고 난관 극복한 후보가 당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연관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및 BBK 비리의 핵심인 김경준씨가 구속된 가운데 한나라당 이 후보는 김씨를 털어 버리고 달려야 하고 정동영 후보는 저조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문국현 후보 등과 후보 단일화를 잡고 달여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이 후보와 정 후보의 이런 다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경준씨 누나인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이 후보를 겨냥, 향후 결과에 귀추가 쏠리고 있고 후보단일화의 촛점인 문국현 후보는 정 후보를 비난하며 후보 자체를 사퇴하라고 정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이들 두 후보의 대선 행보는 가파르고 힘든 형국이다. 공금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에리카 김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각 언론사에 '김경준 가족' 명의로 `이명박 후보와 BBK 관련 3대 의혹에 관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팩스를 보내 "20일 오전 11시30분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혔다.

또한 에리카 김은 최근 구속된 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수종 변호사 사무실(서울 서초동)에 한개의 상자를 보냈다. 상자안에 든 내용물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김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 등 사건과 관련된 서류 등 자료일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에리카 김은 팩스의 제목에서 밝혔듯이 이 후보가 BBK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는 서류 등 내용물을 보이며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이번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이 후보의 BBK의 실 소유 여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경준씨는 한국으로 송환되기 전인 지난 8월 일부 언론에 "이 후보와 함께 세운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로 이 후보가 BBK의 100% 실 소유주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며 `이면계약서'의 존재를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에서는 이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며 맞서 있다.

 또 에리카 김은 이번 회견에서 김경준씨가 ㈜다스의 자금 190억원을 끌어들여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했는 지 여부에 대해 해명 등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점쳐지며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384억원을 횡령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나서며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 후보가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재협상 불가 방침 통보와 문국현 후보의 후보 사퇴 비난 발언에 주춤하고 있다. 이에 후보단일화가 난관에 봉착되어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 및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 재통합이나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하다"며 "양당 후보가 합의하고 국민 앞에 선언한 통합과 후보단일화는 깨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저와 민주당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통합신당과 정동영 후보가 국민 앞에 선언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차버렸기 때문"이라며 통합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합당은 대선 이후로 미루고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협상기류가 변경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통합 없는 단일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앞에 약속을 저버리는 신의 없는 집단과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하나. 다 끝난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인제 후보가 이렇게 나서서 협상결렬을 통보하고 재협상의 여지까지 닫아놓음으로써 범여권 통합은 새국면을 맞게 됐다.

더욱이 이날 문국현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후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퍼부었다. 특히 문 후보는 정 후보의 후보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가했다. 문 후보는 "국민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부패한 권위주의 세력에 등을 돌리고 참여정부를 선택했지만 정작 국민이 목메어 외치는 민생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비전은 커녕 해결의 의지조차 보이지 못했다"고 비난한 뒤 '재벌일가의 부패에 눈을 감아 줬으며 정책실패로 부동산 값은 폭등했고 서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 졌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지난 4년간 열린우리당 또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우리사회의 밑바닥으로 들려오는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리다툼과 세 불리기에 몰두했다"고 비난했다. 문 후보는 이어 정 후보를 향해 "정략에 따라 끊임없이 탈당하고 다시 합치고 새로 정당 만들기를 반복했다"며 "과반수 의석도 모자라 대연정을 제안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선이 한달 남은 이시점까지도 원치도 가치도 없는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합당을 추진하다가 다시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