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은 현 정부에 대해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 역시 정부의 어려움을 안다. 다만 지금 국민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우려 주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국정운영에 반영해 달라는 거다. 정부가 그렇게 행할 때, 국민은 다소 간의 위안과 함께 삶의 질조차 조금 더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금이 많이 걷혀 그것을 재원으로 더 많은 지원을 국민에게 해 줄 수 있다면, 정부에게도 국민에게도 그것은 분명 더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 탓에 세수는 줄어들고 각종 재난재해로 정부의 불요불급한 재정수요는 날로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런 경제 지경을 국민들 역시 안다.

이 때문에 국민과 정부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처한 현실적 난관들에 대한 좋은 해법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민은 오히려 각기 서로의 주장을 확장하며 엇박자를 낸다. 그 엇박자가 몰고 올 파행의 최종 책임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지게 된다. 정부의 무책임 곧 공직자들의 오만한 태도는 이런데서 기인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생각이 그 점에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국민이 충분히 지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이유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 때 비로소 국민과 정부는 현실적 난관들에 대해 서로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때 비로소 현실적 난관들에 이상적인 정책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부가 충분히 이성적이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몽매하면 피멍드는 것이 정부가 아니라 여전히 국민이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가 국민에게 피멍을 들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최근 정부의 행태는 그렇지 못한다.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의 갭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그 갭을 축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정부에게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법’으로 그 갭을 줄여 나가야 한다. 그 ‘새로운 방법’이란 다름 아닌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정부가 국민에게 정부가 처한 현실을 귓속말로 속삭이듯 말해 국민으로부터 더 큰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조금 더 따뜻한 자세’를 보임으로서 경직된 국민의 마음을 그나마 누그러뜨리는 등 부드러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 돈이 전부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돈이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사회를 등진 채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사는 사람이 아닌 한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들조차도 어쩌면 그렇게 살다가 마지막 도피처로 그곳을 선택해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그들 역시 돈의 힘이 크다고 믿는다.

이런 국민의 믿음은 우리사회의 구조와 직접 연계 되어 있다. 즉, 우리사회는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이미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었다. ‘고비용 구조의 사회’에서 돈 없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것을 그나마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길은 있다. 비록 돈이 없는 가운데서도 국민이 희망, 행복, 평화 등을 구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방안은 바로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정부가 조금 더 따뜻한 자세로 국민을 대하면, 국민은 돈이 없는 가운데서도 조금 더 따뜻한 정부로부터 위안을 얻고 희망을 찾은 나머지 심적 좌절을 극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된다.

물밀듯 밀려오는 제 사회경제적 난관들을 극복한다며 정부가 혁신을 말하고 새로운 정부기구를 만든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지수지만 국민 부담을 어떤 형태로든 가중시킨다. 지금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적 기구를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게 옳은 정부 운영이다.

아무튼 지금 국민은 이런저런 이유로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이런 국민에게 필요한 정부는 조금 더 따뜻한 정부다. 국가권력을 기반으로 위엄을 부리는 정부가 아니라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처럼 정부 역시 국민을 대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정부와 국민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그 사랑의 싹이야말로 정부에게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국민에게는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짓는다. 정부가 원하는 국민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되어줘야만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희망이 충만해진다. 이 점을 정부는 반드시 상기해야 할 것이다.

201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