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하고도 열흘 여가 지났다. 이 사건 발생 이후 우리사회는 온통 사고뭉치 사회로 변해버린 듯하다. 방송 3사를 포함해 주요 언론의 기사 대부분이 각종 사고로 인한 인명손실이 주 내용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에게 마음 편할 날이 근간에는 단 하루도 없어 보인다. 마음 불편한 국민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국민이 행복 하자면 사회가 희망으로 넘쳐나야 한다. 그러자면 사회 안정이 우선이다.

세월호 사건은 국민 우울증을 낳았고, 그 우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참으로 많은 국민이 온통 밤을 하얗게 지세기까지 했다. 이런 국민에게 ‘세월호 사건’을 잊자하면, 그 말을 하는 내게 한바가지 욕이 되돌아올게 분명하다.
내 말에 대한 유족의 거친 항변의 드세기 또한 더 말할 나위 없으며, 급기야 그 사건을 잊자 하는 내게 유족들은 몽둥이찜질을 해도 부족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 말은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을 잃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굳이 내가 이제는 세월호 사건을 잊자하는 것은 산자의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국민소비생활을 비롯하며 우리경제에 적잖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기간과 같이 앞으로 몇 달 더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사회가 허우적대면 우리경제는 경기침체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최근 세계경제에 디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세계경제의 이런 경향이 우리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정부가 제아무리 적극적 재정확대 정책을 구사하고, 금융확장정책 곧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내린다고 해도 국민이 세월호 사건이 부른 충격의 마음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경제는 결코 활력을 되찾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경제는 저 성장의 늪에 빠지고 만다.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그 때 국민 삶의 지경이 어디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리라 믿는다.
 
이미 잊혀 졌지만 97년 말 닥친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가정파괴와 함께 거리에 늘어나던 노숙자 수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연일 들리던 일가족 투신자살 소식을 비롯해 수많은 가계가 파탄에 내몰리는 참담한 현실과 맞부딪쳤다. 국민의 통곡소리가 산천을 울리던 그 때, 그 아픈 현실을 우리가 다시 맞아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세월호 사건을 잊자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잊혀야 뉴스 시간을 가득 채우는 사건사고 소식도 줄어들 것이다. 사고공화국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이며, 국민행복이 넘쳐나는 평화로운 사회이다.

우리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자면 우리는 분명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세월호 사건을 이젠 잊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슬픔과 아픔의 바다 속에 던져진 우리사회를 이젠 우리 스스로 건져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우리가 고대하는 건강한 사회,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서럽고 아프지만 우리는 이제 세월호 사건을 잊어야만 한다.

2014.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