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장꼬장한 성격이지만 작품앞에선 ‘부드러운 남자’

 3대째 흙 굽는 집 ‘청룡도예’ 운영

옹기장이였던 그의 아버지는 지독히 가난했다. 삶의 터전은 강원도 홍천이었지만 옹기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다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물레를 찼다. 처자식 7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감이 없을 때는 머리도 깎아주고 의사 대신 이를 뽑아주기도 했다. 그 대가로 보리쌀과 옥수수를 짊어지고 왔다. 아들도 숙명처럼 아버지를 따라 물레를 돌렸다.

여주의 2대 도예명장 김영길(51)씨는 어릴적 가난을 숨김없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넉넉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따라 흙으로 먹고 살았으니 자연스럽게 흙을 만지게 됐지요. 사실 먹고 살 재주가 도자기 굽는 것 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평생 흙을 만지며 살다 보니 가끔 쓸만한 물건도 만들게 됩디다.” 도예를 천부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삶의 자세를 엿보게 된다.

여주군 여주읍 오학리에 자리 잡은 청룡(靑龍)도예. 김 씨가 운영하는 도예연구소다. 황토 염색을 한 생활한복차림에 머리카락은 등까지 흘러내린다. 턱 밑 수염은 고집스러운 장인의 성격을 그대로 그려내는 듯하다.

김씨가 도자기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17살 무렵. 1970년대 초 도예 명장이었던 해강(海剛) 유근형 선생(무형문화재 23호) 밑에서 청자(靑磁) 빚는 법을 배웠다. 김씨는 “처음에는 작품활동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먹고 살려고 시작한 ‘취업’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강 선생의 문하생 중에서도 유독 손재주가 좋았던 김씨의 작품은 그가 독립하면서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열정을 쏟아 부었던 분청사기는 전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984년, 1985년 연이어 한국미술제 금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20개의 상과 감사패가 쏟아졌다. 한 독지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9년 동안 대가 없이 김씨를 후원했다.

지난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는 김씨가 만든 작품이 최고가인 1500만원에 팔렸다. 도자기엑스포를 관람하러 온 일본인 사업가는 김씨의 작품에 반해 그의 제자가 됐다. 이 인연으로 김씨는 2002년 일본 나고야 도고나메 도예작가 초대전에 참가했다.

명성을 쌓아가는 동안에도 그의 꼬장꼬장한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1990년대 초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회장이 김씨의 분청사기 한 점을 500만원에 사갔다. 이 집의 초청을 받아 차를 마시러 갔더니 김씨의 작품에 우산이 꽂혀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열이 팍 오르더군요. ‘돈을 바로 돌려줄 테니 지금 당장 내 작품을 되찾아가겠소’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당황하면서 작품을 제자리에 바로 옮겨 놓더군요. 돈 주고 작품을 사갔다고 해서 함부로 하면 안되지요.”

상도 받고 명인 이름도 얻었지만 도자기를 굽는 장인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작품을 빚는 예술가인 동시에 4인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여주 오학리에 있는 청룡도예 작업실에서는 김씨와 그의 아내가 함께 작업을 한다. 김씨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그의 아내 이남순(45)씨가 상품으로 내다 팔기 위한 도자기를 만든다. 김씨는 “아내에게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예술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역할 분담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름여에 한 번씩 60~70여 점을 가마에서 굽지만 스스로 인정하는 물건은 기껏해야 1~2점에 불과하다. 김씨는 이 작품들이 팔려나가는 것을 두고 ‘시집 보냈다’고 했다.

“돈 많은 집안이라고 함부로 사돈 맺지는 않지요. 내 딸을 예뻐해 주고 귀하게 대접해 주는 집 골라서 딸 시집 보내잖아요. 내가 만든 작품도 마찬가지에요. 안목을 갖고 작품을 귀하게 대접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분청달마도, 분청용호접시, 분청풍속도, 청화분청 풍속화 등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세계에서는 흡사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상상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푸른 빛깔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에서는 신비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김영길 명장 약력]

1975년 해강 유근영 무형문화재 13호 사사 ,1984년 한국 미술대전 1회 금상

1985년 한국 미술문화상 수상 ,1986년 부산 문화예술대전 금상

1987년 현대 미술대전 특선 ,1990년 홍천 무궁화라이온스 개인전

청주 소년소녀돕기 전시회 ,의정부 진로백화점 불우이웃돕기 전시회

1991년 세종문화회관 광복기념 전시회 ,1999년 유엔지정업체 인증서 수상

2000년 세계평화미술대전 초대작가 선정 ,2001년 국제그랑프리 수상(일본)

제12회 여주군 문화상 수상(문화예술부문) ,2002년 전국사발공모전 입선

일본 나오나메시의 도예작가 초대전 ,2003년 동국대학 문화예술제 사발 전시회

2007년 인사동 인사아트홀 동국인예술전시회 ,여주군 도예명장 2호 지정

한국문화예술상 대상(문화예술부문) ,여주군 문화원 이사

청룡도예 운영 ,경기 으뜸이 지정

선행칭찬운동본부 예술상 수상 ,KBS 전국은 지금 맛따라 길따라 출연

TV 문화지대 다큐멘터리 방영 ,EBS 교육방송 경인방송 동아방송 출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