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경영 악화와 강화된 노동법, 줄어든 세금감면 혜택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영악화 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중 세 곳 중 한곳은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법적절차를 밟지 않고 무단 철수하는 이른바 ‘야반도주’가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칭다오지역 진출한 한국기업은 모두 8344개이며, 이 가운데 2.5%인 206개 기업이 무단으로 철수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무단철수 한 기업이 전무했지만 2003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로써 21개의 기업이 무단철수 해 해마다 증가했으며 결국 5년 사이 206개 기업으로까지 늘어나게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87개의 기업이 무단철수 했다.
▲ 무단철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중국 공산당이 과거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를 싼 값에 임대해 주고 인력 또한 지원해 주어주기 시작하면서 급증했다. 또한 세금도 자국 기업에 비해 33% 수준으로 낮게 책정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준 것도 일조했다.
이로 인해 2000년 초반부터 국내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때 중소기업들도 낮은 생산비용과 인건비를 찾아 중국을 ‘기회의 땅’이라는 희망으로 무작정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노동집약적 영세업종이 대부분이어서 지난 1월1일부터 시작된 신 노동법은 경영악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생산과 판매 등에 집중 하고 경영관리에는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중국어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의사소통이 쉽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욱이 경영관리를 하는데도 한국인들의 임금이 2~3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관리직원을 현지직원으로 둘 경우 관리직원과 경영인이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 관리에 관련된 세무기록이나 기타 구비서류 관리가 어떤 기준이 없이 관리직원에 따라 달라지고, 경영인은 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청산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증빙서류 구비에 어려움을 겪게 했다.
또한 중국 현지의 세법이나 청산절차 과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며 이를 지원하는 기관도 없어 경영인 측에서는 청산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국 칭다오 지역에서는 청산절차가 까다롭다고 소문이 돌고 있을 뿐 아니라 ‘야반도주’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청산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은 더욱 강하다.
▲ 경영관리에 신경 쓰면, 청산절차 쉬워져
중국에서 청산신청을 하게 되면 우선 위원회가 결성되고, 해당기업의 자산 실사를 하게 된다. 이어 종업원에 대한 체불과 정부에 대한 세금, 각종 공과금 등을 담당기관들과 함께 처리한다.
이런 과정은 보통 6개월이며, 여기서 90일 더 연장해 최고 270일까지 종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노동자나 채권자들에게 소송이 걸리거나, 세금을 받아야 하는 관계 부서에서 세금을 모두 변제받지 못해 다음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시일이 걸리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중국의 담당 공무원들이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있으며 우리 기업들의 무지함도 있어 양쪽에서 설왕설래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청산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변제금액이 모자랄 경우 다음절차를 밟는데 진행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때 사업장을 운용하는 비용이 자꾸 늘어나다 보면 채무가 급증해 더욱 변제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사전에 미리 준비해 계획적으로 청산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교석 회계사는 “급여체불문제나 경제보상금 등을 지급할 때 처리 능력이 부족할 경우 특별청산으로 넘어가게 된다”며 “청산과정을 밟다가 여의치 않으면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회계사는 “이러한 과정을 밟기 위해선 사전 증빙서류 등이 잘 갖춰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 기업들이 생산이나 영업에 매진하는 만큼 경영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모든 절차가 법원의 지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관리만 잘 되어 있으며 2달 만에도 청산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안 회계사는 “현재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야반도주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며 “지난해 8000여개가 넘는 우리 기업 중 80여개만이 야반도주한 것이며 이는 전체로 보면 1% 해당하는 수치이며 대부분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청산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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