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분석적 전망이지만, 중국의 GDP(현8.6조 달러)가 오는 2020년이면 미국의 GDP(현14조 달러)를 능가할 것이다. 이미 G2국가의 지위를 확보한 중국경제는 미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근년 들어 미국이 아시아 중시 외교로 외교정책을 전환한 데는 그럴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중국경제의 급부상과 함께 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중국의 역할 변화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패권을 놓고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대결양상은 이미 열전에 버금간다. 비록 지금까지는 미중 양국이 서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등 겉으로는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양국의 속내에는 복잡한 계산들이 깔려 있다.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미중 간의 경쟁이 이제 막 시작단계에 돌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갈등의 골이 이미 상당히 깊어져 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미중 간의 환율전쟁은 곧 통화전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승패가 양국경제 성장의 열쇄가 되고, 뒤이어 세계경제패권의 향배를 결정한다. 그것을 위해 중국은 자국화폐인 위안화가 미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누리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 중국은 ‘위안화 제국’의 건설 곧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가 미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를 대체해야 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결제수단화 하기 위해 2014년 9월 현재 전 세계 26개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중국 내 은행의 역외무역결제액도 2014년9월 현재 4조6300억 위안에 달하며, 영국이나 EU 등은 위안화를 외환보유고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사태의 흐름을 그냥 두고만 볼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대 중국경제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그에 앞서 말한 미중 간의 통화전쟁이다. 하지만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 곧 위안화의 국제통화화 정도는 이미 안정적인 상태에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제상황은 경제의 세계 패권이 이미 미국으로부터 중국으로 상당한 정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최근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긴 했지만, 그 시기에 맞춰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에 나섰다. 즉, 이 같은 미일의 움직임을 놓고 그 표면만 보면, 개별국가의 독립적 필요에 따라 취해진 통화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미일의 통화정책 움직임 뒤에는 또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다. 즉, 미일이 중국경제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편이 옳다.

지금까지 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견제는 느슨했다. 그기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협조 또한 느슨했다. 이후 미일은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대 중국경제의 성장에 제동을 걸 방안을 모색하려 들 것이다. 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독자적 행보 또한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경제가 이미 기술 수준 등의 면에서 미일의 협력 없이 자력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추가성장을 이어 갈 수 있는 경제기반을 갖춘 사실이다.

이와 함께 중국 경제의 세계경제에 대한 역할에도 상당히 큰 변화가 이미 일어났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이제는 가장 큰 세계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이미 내수확대를 통한 성장전략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은 더 이상 해외기술과 해외자본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경제 발전 단계에 도달했다. 즉,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1위이며, 넘치는 외환을 바가지로 퍼내야 할 정도다.
중국의 첨단 기술 수준 또한 미일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즉, 세계 첨단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항공우주산업만 하더라도 중국은 자체기술로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중국은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등의 기술수준에 있어서도 이미 세계적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
더구나 세계의 많은 첨단 기술자들은 재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포함한 유럽지역 기술자들이서 미국행을 결행했듯이 그들의 기술을 가지고 지금 중국행을 결행하고 있다. 이처럼 인력 및 기술의 대 중국으로의 쏠림현상이 일단 나타나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그 관성에 의해 그 힘은 나날이 수배씩 확대되어 나가기 마련이다. 세계경제의 중국으로의 쏠림현상이 아직은 미약해보이지만, 점차 가속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로써 세계경제의 대 중국 쏠림현상 또한 가팔라 질 것이다. 미일은 협력을 통해 앞서 지적한 세계경제의 대 중국 쏠림현상을 어떻게든 막아내려 한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미일 양국의 ‘양적확대’ 정책이다. 물론 미일은 자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해 통화의 양적확대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게 세계경제의 대 중국 경제로 쏠림현상을 막아내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미일과 중국이 세계경제 패권을 놓고 벌이는 틈바구니에 끼인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그에 따른 파장을 우리경제가 고스란히 떠안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강화하고 있는 일본 아베정부의 확장적 양적완화 정책은 엔저현상을 불러 우리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우리의 주력수출제품의 대외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우리경제로서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위기의 경제상황을 맞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과의 관계는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한일관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경제의 대일 의존도가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일예로 우리가 90년 대 말 국가부도사태 곧 외환위기를 맞게 된 배경에는 일본의 대외금융정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역사의 문제에 가둬서는 안 된다. 이미 교역량 면에서 우리경제의 대 중국의존도가 미일 수준을 능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간의 기술격차가 대등한 수준에 이르면, 우리경제는 자칫 중국경제에 예속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경제의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대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일과 중국 간에 이미 세계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대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그들과 경쟁상대가 아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경제는 미일과 중국 간에 벌어지는 경제대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자칫 고사당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경제외교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 큰 경제외교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특히 한일 관계의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런 때에 과거 역사에 갇혀 지금처럼 한일 관계의 단절이 지속되면, 그것이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은 우리경제에 제2의 외환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우리경제의 대일본 의존도가 중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려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우리의 정치제도는 미국과 선진유럽 국가를 롤 모델로 하고 있고, 경제는 일본경제의 발달경로를 답습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만큼 우리 제조업을 뒤 받히고 있는 원천기술이 일본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경제의 지속적 성장활로를 열기 우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게 있다. 이미 ‘통일대박론’을 앞세워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 역시 남북 관계 개선이 한국경제이 지속적 성장을 경인할 수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이 일 곧 통일은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일을 기어이 달성해내야 한다. 그러자면 남북문제에 있어서만은 주변4강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지혜로운 새로운 전략적 선택에 나서야 한다.

이 지혜로운 새로운 전략적 선택에 어떤 방안이 있을까? 우리는 개성공단을 열게 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적 중에 하나를 들라면, 나는 역사적 북한 방북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임했고, 남북경제협력 사업으로 개성공단을 건설한 사실을 들겠다. 이처럼 대북정책은 실사구시의 정신에 입각해 실용적 남북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는 미래적이며, 탁상정책으로 보여주기 식으로 남아 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과는 다른 보다 더 큰 통 큰 행보에 나서야 한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해서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 개선에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한국경제가 이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미일과 중국이 벌이는 ‘경제대전쟁’에 합리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해법 중의 하나는 바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길이다. 하지만 통일을 통해 우리경제의 성장활로를 열겠다는 우리생각은 북한의 정치군사적 상황을 생각할 때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따라서 통일-대박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우리경제의 새로운 지속 가능한 성장활로를 열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컨텐츠 산업의 육성과 같은 경제의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즉, 우리는 디지털 세상을 주도할 새로운 경제성장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게 우리경제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인도 하는 방안일 것이다.

201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