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며 서울 도심 밤거리를 6월 용광로같이 달궜던 촛불대행진이 끝났지만 우리 사회가 그걸로 모든게 치유되고, 안정화단계로 들어갈 걸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날아가 미 무역대표부 슈워브 대표를 만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대통령이 조만간 단행할 걸로 보이는 인사쇄신의 폭도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대권잡는데 일조좀 했다 해서 티격태격 주군의 총애를 좀더 받지 못해 시기 질투하여 벌이는 소(小)권력투쟁은 차라리 꼴불견으로 치부할뿐 별 관심없다. 그저 얘깃거리일뿐이다.

'고소영 에스라인' '강부자' 인사에 대한 비아냥은 개인적 도덕성에 기인한 것이기에 해당 사람들이 자리에서 내려오면 해결될 문제지만, 보다 심각한 본질적 문제를 국민들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커질수록 정권에 대한 저항과 자포자기는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 리더십의 문제고, 철학과 소신의 문제다. 국가 정책은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에 좌우되고, 현실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촛불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이명박 OUT' 구호판은 무얼 말하는가. 그것은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증오가 되어 스스로를 몸서리치게 하고, 잠못들어 하는 국민이 많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그 국민에는 1% 극상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서울에서 아파트 한, 두 채에 연봉 5천이상의 꽤 넉넉한 중상류층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경제만은 살려달라며 '경제대통령'이란 거대한 환상과 착시에 걸려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준 한국민들은 지금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쇠고기 촛불로 나타났고 대운하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등으로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적 복지를 실현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환상에 가깝다는 것이 증명되면 될 수록 미래에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보수 단체들이 '맞불집회'처럼 국민적 저항에 반격하는 모양새도 눈에 띄지만 대정부 불신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공포와 불안이 극에 달하게 되면 그들도 그걸로 끝이다.

항간에 촛불에 대한 비판으로, 광장(廣場) 민주주의에 대해 우중(愚衆) 민주주의로 비꼬아 보는 시각을 보인 자도 있으나 이 역시 대꾸할 필요성도 안느끼지 않지 않나 싶다. 배운 것을 한번 뱉어 보고싶어 하는 학자적 습성으로 이해하면 그렇다.

그보다는 국민들은 지난 촛불기간동안 정말 고민했던 것은 '과연 정권퇴진운동에 더 가열차게 나서야 하나, 아니면 그냥 남은 정권기간 동안 고통속에 감내해야만 하나'하는 점이었을 것이다.

누가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해서 오는 공포감과 불안감은 아니다.

사실 엠비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2등과의 차이가 530만표라는 것이지 투표자의 50%가 안되고, 투표도 국민이 다 한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5천만 국민가운데 1천만 좀 넘는 사람만 표를 주었던 것이고, 그나마 취임 100일만에 지지자들도 달아나고 만 것이다.  '프레지던트'라고 하는 이름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경제대통령'이란 환상과 거품이 사라지게 되면서부터는 국민의 섬긴다는 말도 허언이고 사탕발림의 립서비스로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내건 것이 친기업 정책 곧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인데, 국민들은 이제 그 진정한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곧 일부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고 결국에는 서민들에게 부메랑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물 민영화와 의료보험 연금 민영화만 놓고 보자. 서민들은 이들이 민영화되면 개인적으로 부담할 부분이 커지고 그만큼 생활에 고통이 따를 것임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해도 지금이야 대부분 보험처리하면 값싸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영리를추구하게 될 민영화된 공기업이라면 어디 가능하겠는가 해서다.

결국 우리사회를 흔든 6월의 촛불은 우리 국민들이 자각하기 시작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불러온 것이고, 이 증오의 행렬에 서민과 중산층은 물론 어린 소년 소녀, 학생 노.장년층 가릴 것없이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엠비야, 넌 아무것도 하지마, 하지마' 하면서 말이다.

이쯤되면 우리사회를 흔드는 분노와 증오의 '배후세력'은 엠비고, 엠비가 증오의 원인제공자가 되는 셈이다. 국민적 증오감을 잠재우지 않고서는 대통령과 국민은 끊임없이 부딛히고 충돌한다. 성공한 대통령 되기도 쉽지만 실패한 대통령되기도 쉽다.

온 국민이 다시 숨 죽이고 대통령을, 아니 엠비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