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비록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구약성경 욥기 8장 7절에 있는 말씀이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여중생들에 의해 켜진 촛불이 전국을 밝힌 지 40일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촛불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하고 있는 가운데, 촛불이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되어 국가정책을 이끌고 나갈 것이란 확신 아래, 촛불의 종결이 무난하고 아름답게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 하더라도 두 가지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이슈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그 하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정당 등 어떤 정치인과 정치세력집단도 그 본분과 책임을 다하지 않다가는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불의와 편법, 그리고 주권 침해에 저항하는 민심은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형태로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다는 권위주의시대와는 다른 선례를 남겨 놓았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주 관심사였던 ‘경제 살리기’에 주안점을 두고, 시장기능의 확대재편을 위한 한미FTA의 전초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서둘러 합의 서명하였으나, 그로 인해 서민과 서민경제는 어려움을 넘어선 자존심을 크게 다쳐야 했다.

즉, 국가적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자존심으로 버텨온 국민에게 있어 농사짓고 소 먹이던 시골 고향에 피폐의 그림자를 드리워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정부는 곱씹고 곱씹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말 못하고 참아왔던 잠재된 분노를 어찌 촛불로 다 형언할까마는, 앞으로 촛불은 항상 살아 숨 쉬는 우리나라 국민의 자존심으로 불리게 될 전망이다..     

한편 여야, 개혁과 보수로 나뉜 정치세력들은 자당과 자신의 손익계산에 바쁜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을 뿐,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성숙한 대책 제시는 물론 사태를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과오에 대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 책임자들이 또는 정치지도자들이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인적쇄신이나 돼먹지 않은 정책 파기가 아님을 여태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촛불 집회에 참여하든 아니하든 국민들의 마음에 뚜렷하게 형성된 공감대는 딱 두 가지로 집약할 수 있겠다.

즉,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에 당당하게 임하되 설령 재협상이 깨지더라도 비굴하지 말라는 것과 재협상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이 아니라 검역주권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함께 하려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은 몇 줄 안 되는 논평과 회견, 회의 같은 말장난만 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 개인과 자연인 자격으로 촛불을 향해 나아가라.

애써 촛불을 촛불로 보지 않으려는 시각도 존재하고, 촛불을 끄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촛불엔 회색이 없다. 더군다나 촛불의 배후는 촛불일 뿐이다.

촛불을 이용하거나 악용하려고 섣불리 촛불에 손대다가는 촛불만 더 커지게 할 것이다.  우리는 촛불이 더 커지지 않고 자연 소멸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