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그동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순조롭게’ 심의되고 있었다.

2013년 가을 동양 사태와 2014년 연 초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인해, 물리적으로 후순위로 밀리기는 했지만 ‘이견’에 대해서도 상당한 접점이 이뤄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느닷없이’ 지난 2014년 11월 20일 3개월여의 논의를 거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마련하였다.

한국의 국제적인 금융경쟁력은 세계에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논란도 있었지만, 한국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대항항공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기관 이사회는 재벌총수들의 전횡에 ‘들러리’를 서거나, 모피아의 먹잇감이 되거나, 청와대와 여당실세(정피아)의 멋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최근 금융기관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KB금융사태, 2013년 동양사태, 재벌 총수의 효성캐피탈 자금의 불법대출 등은 모두 재벌총수의 전횡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배구조’가 근본원인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바람직하고 견고한 지배구조 확립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지배구조 관련 모범규준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 상태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을 ‘사금고’로 활용하고 있는 삼성 등 재벌그룹의 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를 수용하여, 임원추천위원회 의무설치 기준을 후퇴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임원 선임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상시적 운영 규정(제14조)에 대해서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만을 적용대상으로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금융위원회는 왜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지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산운용비율 관련, 다른 금융기관은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데 유독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삼성생명’이 포함된 보험업만 ‘취득원가’로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의’와 ‘금융소비자’를 위한 정부조직이지, 삼성의 세습체계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설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서, 민병두 의원은 최근 모피아-정피아로 인해서 망치고 있는 한국 금융을 구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임원 자격에서 낙하산 인사가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금융기관 경력’ 조항을 포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삼성 등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여 지배구조 관련, ‘모범거래 규준’이 후퇴하게 될 경우, 국회 정무위원회의 동료의원들과 함께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