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비정규학교 '떴다'

민주노총, 4월18일부터 3개월간 비정규 조직화를 목표로 조직활동가 양성교육에 돌입  

민주노총이 2006년 제1기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를 열었다.

■ 민주노총 (비정규 조직학교) 역사 비정규직 조직화와 관련된 민주노총 중심의 전략조직화사업은 지난 2003년부터 사업기획 수립에 착수했다. 2003년부터 다음 해까지 민주노총은 전략조직화 사업 실현을 목적으로 합숙교육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2003년 앞서 언급한 5대 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조직화 사업을 전면적으로 확대강화시킬 방침을 수립했다. 하지만 당시 조직적, 사업적 체계를 일시에 갖추기 어려운 상황 속에 있던 민주노총은 당면한 투쟁 대책 수립이나 투쟁 지원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2005년에 이르러 안정적 조직사업 전개를 위한 재정 및 인력 확보 대책을 마련하고 그해 33차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비정규기금 50억원 모금을 결의한다. 또한 비정규직 사업을 전담할 사업체계를 결정하고 본 사업을 총괄하도록 비정규센터 설립을 결정한다. 06년 4월, 몇해 동안의 산고끝에 마침내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를 열고 운영에 돌입한다.

지난 18일부터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국노동교육원에 교육장을 마련한 민주노총 비정규센터(기형노 소장)은 오는 28일까지 10박 11일간 스파르타식 교육을 진행 중이다. 총 24명의 예비 비정규 조직활동가 교육을 배출할 이번 교육은 말 그대로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명 중 3.2%에 불과한 조직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조직가 양성에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수강생들 입소에 대해 이들은 사전에 엄격한 심사를 받아 입소판정을 받았다.

일단 10박 11일간의 강도 높은 조직화 실무교육을 이수한 수료생들은 총기간 3개월동안 첫 한 달은 이론교육을, 나머지 두 달 동안은 현장 집중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이후 교육활동과 현장 실무교육 등에 대한 심의를 거쳐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배치를 결정한다.

기자는 25일, 경기도 광주 한국노동교육원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 와있다. 기자가 위치한 노동교육원 건물 제6강의실은 4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교실이고 스피커와 마이크, 시청각 기자재 등이 구비된 현대식 건물이다. 이 곳에서 내려다 뵈는 주변 풍경은 말 그대로 사월 봄날의 신록을 실감케 한다.

기자는 민주노총 비정규학교 실무자들과 한 차를 타고 이 곳에 오는 내내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에 대한 대화를 이어갔다. 차안에서 직격 인터뷰가 진행된 것.

작년부터 민주노총 비정규학교 개설과 비정규 조직활동가 양성 교육을 주도한 민주노총 비정규센터 기형노 소장의 말을 들어 본다.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 기형노 소장 인터뷰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비정규직) 조직가 양성 교육인데 기존 관련 조직과의 관계는 어떤가 =연대를 기조로 한 기존의 자생조직과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에서 배출하는 비정규 조직활동가를 비교할 이유는 없다. 이곳에서는 대표적으로 유통서비스, 공공서비스, 사내하청, 특수고용노동자, 건설일용직 등의 5개 부문의 노동자 조직화를 목표로 조직활동가를 양성한다. △수강생들의 긴장도는 어떤가 =모두 24명이 제1기 교육생으로 입소했다. 이들은 10박11일 동안 1차 기초교육을 받고 이후 2개월간 현장에 배치돼 현장 경험을 쌓게 된다. 모두들 열의가 높고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학교는 언제부터 기획됐나 =작년 상반기에 입안됐고 준비과정을 거쳐 1차, 11월 학교 개강을 목표로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부 사정 때문에 5개월 가량 순연한 끝에 한 해를 넘겨 4월 18일 정식 개강했다.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같은 공식교육이 없었나 =지금처럼 숙박교육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건설산업연맹과 서울지역본부 등에서 2박 3일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관련 교육을 전개한 적은 있었다. 민주노총도 작년까지는 3박4일 일정으로 교육을 진행했었다. 지금처럼 3개월에 걸쳐 조직활동가를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 역점사항은 무엇인가. 주로 어느 부문에서 활동하게 되나 =현재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3.2% 가량만 조직된 상태다. 조직율이 낮다. 민주노총은 특히 앞서 언급한 5개 부문에 대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노동조합이라는 틀로 조직화해내기 위한 조직활동가를 양성한다. 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즉, 현재 국면에서는 법제도 개선투쟁과 함께 비정규노동자 조직화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발적 노력이 없을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설립과 유지가 쉽거나 간단한 일은 아니다. 비정규학교 교육이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교육과정 핵심은 첫째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현 단계의 정세 과제 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기초교육 실시이다. 왜 비정규 문제가 사회 쟁점화되고 의제화 되고 있는지,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는가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만든다.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 비정규를 둘러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 학습에 중점을 둔다. 즉, 기초 교육을 통하여 노동운동과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한다. 그 다음 비정규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비정규 투쟁역사, 조직구축 역사 등을 강의한다. 조직화 과정에 대한 평가와 한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조직활동가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를 위해 조직 투쟁 사례에 대한 지도와 공동학습을 마련하며 조직화 방안에 대한 심층적인 교육과 토론을 병행한다. 구체적으로 나 자신이 조직활동가로서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조직화 실무교육에 돌입한다. 물론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학습을 통해 조직화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조직활동가로서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학습은 물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 등의 교육도 병행한다.

민주노총 비정규센터 기형노 소장은 지난 85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제조업 노동자로써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맞섰던 이름 없는 한 노동자에게 지난 20여 년의 세월을 되돌아 보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기형노 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사코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즉답을 회피하며 자신이 포장돼(?) 알려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여 년 전의 노동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기형노 소장은 "당시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없었으며 노동조합이나 노동법의 '노'자로 입에 올리기 쉽잖은 시대였다"며 당시의 엄혹한 상황을 회고하면서 느닷없이 '조직사업'에 대하여 일장강연을 시작했다.

"조직사업은 한 마디로 사람을 규합하는 작업이다. 한사람씩 내편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초동주체가 형성되면 각자 10명식 6개월동안 동조세력을 규합하자라며 활동에 돌입한다. 사람사업이란 게 특정 기간 안에 얼만큼이라는 방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업장별 특수환경과 변수에 따라 조직율 차이나 편차는 크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이번 조직활동가 학교를 열면서 향후 3년간 집중활동 전개라는 시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85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확산이 물경 천만 시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형노 소장은 조급해하지 않는 눈치다. 그가 말하는 사람사업이라는 게 급조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질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기 소장 주장의 요지인 셈이다.

"85년, 제조업 노동자로 투신하고 노동운동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 당시도 노조결성을 쉽게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노동기본권을 확보하지도 못하는 현실은 그 당시와 유사하다"고 기형노 소장은 촌평한다. 실제로 2006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되거나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민주노총 2006년 제1기 조직활동가 학교 연수생은 4월 25일 현재 24명이다. 남성과 여성이 딱 반반씩이다. 비정규 분야의 사각지대에 여성이 위치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을 반증한다. 비정규학교 교훈은 다른 게 없다. "열심히 배워서 많이 조직하자"라는 한 마디가 모든 것을 웅변한다.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는 지난 18일 개강이래 21일까지 1차 기본교육을 마친 상태다. 25일부터 28일까지 2차 실무교육을 진행한다. 기자는 바로 25일 2차 실무교육 현장에 나와있으며 현장 상황을 담아 민주노총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통해 보도하는 중이다.

3차 실무교육은 5월 9일부터 12일까지, 내달 15일부터 7월 8일까지 현장활동과 함께 7월14일부터 15일까지 4차 실무교육을 끝으로 1기 교육을 모두 마친다. 이들이 3개월에 걸친 조직화 활동 집중교육을 이수하면 민주노총 심사를 거쳐 전국 현장에 배치된다. 1시 50분, 3박 4일 간의 2차 실무교육 입소식을 십여 분 가량 남겨둔 시각이다.

이들의 어깨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교육생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을 주렁주렁 매단 채 달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지원한 교육현장은 열정이 함께한다.

▲교육생 인터뷰-김00 씨 (38세) △입소한 이유는? =전체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비정규직이 많다. 그 속에 여성노동자가 위치하고 현장에서만 일했다. '대안이 없다'라고만 말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 교육을 통해 조직활동가로 다시 태어나 주변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교육에 지원했다. △1차교육 후 달라진 점이 있는가 =사명감, 역사감같은 것이 강화됐다. 교육별 과제에 대한 고민도 심화된 상태다. 교육생으로서 부여받은 자체 과제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것이다. 비정규 부문 특수고용노동자 부문인 학습지에서 6년간 일했다. 내가 있던 사업장은 그나마 단협이 잘 돼 근로, 임금, 노동 조건이 타사업장에 비해 한결 나은 편이다. 하지만 자본 측은 노동조합 죽이기'로 일관한다. (이번 교육을 통해)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에도 이런 교육을 이수한 적이 있는가 =총연맹이나 법률학교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밟은 적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조직화를 위한 실감나는 교육을 구체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현 수준의 교육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다소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형태별 조직과 투쟁사례 등을 담았다면 더욱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방대한 양을 교수학습하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교육을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사람사업이다. 실질적으로 볼때 아직 교육활동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시간은 많다. 잘 해보겠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민주노총 조직활동가 학교 입소와 집체교육을 통해 배운 게 많다. 어떻게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만들어 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 그동안 현장중심에서 일하고 습득한, 체계화되지 못한 무형적인 부분을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구조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교육생들 모두 '잘 해보자'라는 열정을 갖고 있다. 이 교육을 통해 교육생들은 '자아복제'를 열심히 할 것이다. 조직확대를 위한 기본의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