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다. 5월이면 모든 봄꽃들이 활짝 핀다. 5월에 피는 꽃들 중에 라일락꽃만큼 우리에게 애틋한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꽃도 없다. 5월의 탄생화이기도 한 라일락은 ‘사랑의 싹’이라는 꽃말 때문인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주는 것 같다. 이름도 가지가지다. 베사메무쵸라는 노래에서 ‘리라꽃 향기를.....’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리라꽃은 라일락을 프랑스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수꽃다리, 털개회나무, 정향나무 등으로 불려진다.
이런 라일락에 우리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국가간 식물종 확보 전쟁에서 패배한 아픔이다.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정도를 차지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상수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총 시장규모는 알지 못하겠지만 일반 품종에 비해 2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그 미스김 라일락이 우리나라 북한산이 원산지인 수수꽃다리를 개량한 품종이다. 일반 라일락이 4m에서 6m 정도 되는 것도 있는 반면 미스김 라일락은 보통 1m ~ 2m 정도로 정원에 심기에 아주 적합하다. 꽃이나 향기도 라일락과 같다. 처음 꽃봉오리가 맺힐 때는 진보라색을 띠다 봉오리가 열리면서 옅은 라벤더색으로 변하여 누구든지 보기만 하면 그 매력에 빨려들게 된다. 만개하면 진한 향을 내며 하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웬만한 혹한에서도 잘 자라 키우기도 쉽다.
우리의 수수꽃다리가 미국으로 가게된 것은 1947년 미국 군정청 소속의 미더라는 식물 채집가에 의해서였다. 그 사람이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수수꽃다리를 발견하고 남아있던 씨앗을 몇 개 가져간 것이다. 총 12개를 가져갔는데 7개가 싹을 틔웠고 그 중 2개가 미스김 라일락의 원조가 되었다. 미스김이란 이름은 당시 미 군정청에서 미더를 도와주던 타자수에서 유래 되었다.
미더가 했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미국은 이미 1947년에 우리나라의 식물종을 조사하고 확보하기 위해 식물 채집가를 파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밖에도 미국은 산딸나무(전남 완도), 원추리(지리산), 한국산 호랑가시나무(부완군 마포초등학교) 천여 종에 이르는 한국산 종자를 채취해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스김 라일락의 경우를 보면 식물자원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남의 땅에 있는 자원까지도 조사하고 있을 때 우리는 식물자원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서식지 훼손, 해외유출, 무분별한 채취 등이 빈번했던 게 사실이다. 산림청 등 정부기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제 5월이다.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지는 시기다. 숲에서 만나는 흔한 나무와 풀이라도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식물종이란 것을 명심하고 국민여러분이 사랑하고 보존하는데 앞장서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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