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은행 통장을 깨끗이 비울 것이다. 전 재산을 가족이 아니라 사회에 기부하겠다.” 중화권 최고의 쿵푸(功夫) 배우인 청룽(成龍)이 평생 모은 전재산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힌 사실이 한 중국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온 세계가 화제다. 20여 년간 액션 배우로 활동해온 그의 재산은 2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4000억원이 넘는 돈이다.

청룽은 “나도 젊었을 때는 돈이 생기면 뭐든지 갖고 싶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들였고 창고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이런 물건은 나에게 큰 짐이 됐다”라고 말하고 전재산 사회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그가 돈에 대해 깨달은 바는 한마디로 ‘신외지물(身外之物)’이란 것이다. 돈은 본래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린 그는 그 뒤 영화 촬영으로 번 돈의 일부는 저축하고, 일부는 반드시 기부했다. 검소한 생활 습관이 몸에 익었다. 청룽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던 것처럼 죽을 때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生不帶來 死不帶去)는 생각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인데, 불가에서 말하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공수래 공수거는 있다. 아니 그 못지 않게 돈이 행복의 요소임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돈에 대한 유혹과 꾐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계하는 말씀이 많다. 신약 히브리서 13장에는 ‘돈을 사랑치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自足의 원리)’에서부터 딤모데전서 6장에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악의 시작’이라며 ‘부(富)의 함정’을 말해주고 있다. 부의 함정은 곧 만족 대신 욕망, 자유 대신 속박, 건강과 평안 대신 상처와 근심을 말한다. 하나님의 영광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오직 돈만 벌겠다는 것은 사탄의 함정에 빠져 영원한 지옥의 쓴맛을 보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고 가르친다.

다시 청룽의 얘기로 돌아와서, 이미 중화권에서는 청룽의 자선 활동이 상당히 알려져 있다. 10여 년 전에 이미 당시 재산의 절반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청룽 배(杯) 자동차 경주 대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해 왔다. 팬들이 기탁한 성금을 자선단체에 전달하는 일종의 간접 기부도 활발하게 해왔다. 베이징(北京) 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될 만큼 중화권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연예인으로 꼽히면서 팬들과 일반인들이 그에게 성금을 기탁하는 일이 잦았다.

청룽에게는 연예인 출신의 부인 린펑자오(林鳳嬌), 가수로 활동중인 외아들 팡쭈밍(房祖名)이 있다. 재산의 일부라도 가족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혹은 없었을까. 하지만, 청룽의 자녀 교육관은 엄격하고 분명하다.

“아들에게 능력이 있으면 아버지의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능력이 없다면 더더욱 아버지가 모은 재산을 아들이 헛되이 탕진하게 할 수 없다.”

청룽의 어린 시절은 힘들었다. 부친은 전란을 피해 팡(房)씨 성을 숨기고 천(陳)씨로 위장해 살았다. 세관 단속원으로 일하던 부친은 어느날 먹고살기 위해 두 아이를 데리고 아편을 운반하던 여성을 적발했다 풀어줬다. 이 인연으로 나중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청룽은 어린 시절 주먹질을 일삼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설득으로 16세에 손을 씻었다. 어릴 시절엔 천강성(陳港生)으로 불렸다. 홍콩에서 태어났다고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그러나 부친이 80세에 타계하기 직전에 팡스룽(房仕龍)이란 본명을 알려줬다. 청룽은 “전재산 기부와 별도로 죽기 전에 나에 관한 모든 숨겨진 얘기를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에게도 청룽만큼은 안되지만 연예인들 중에는 김장훈처럼 아름다운 기부천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이웃나라 얘기지만, 청룽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진정 아름다운 부자이야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