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역시 축구다. 90분간의 치열한 전쟁이 끝나고 나면 승자도, 패자도 다 함께 축구의
열기에 하나가 된다. 관중들도 기쁨의 함성으로 화답한다. 패자의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축구 안에서는 이 모두가
승화된다.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6시에 05/06시즌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FC바르셀로나가 아스날FC를
물리치고 승리로 끝났을 때 승자와 패자 그리고 관중은 하나가 되어 기쁨의 합창을 했다. 이것이
축구다.
챔피언스 리그는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서 1회 대회 결승전이 열린 파리에서
결승전이 열리게 된 것이다. 결승전이 열린 파리 생드니 경기장에는 블래터 FIFA회장, 요한슨 유럽연맹(UEAF)
회장, 베켄바워 독일 월드컵조직위원장 등 세계 주요 축구인들이 거의 다 모였고 스페인에서는 국왕과 수상 등이 참석하여
관심을 보였다. 말타의 수상과 모나코 왕자,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챔피언스
리그는 유럽연맹(UEFA)이 주관하는 가장 권위있는 클럽대항전으로, 유럽 각국의 국내 리그에서 상위 성적을 거둔 32팀이
8개 조로 나뉘어 조별 라운드와 토너먼트 혼합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처음 시작할 때는 토너먼트 형식이었다가
92/93시즌부터 지금의 형태로 바꾸었다. 준결승까지는 홈 앤드 에웨이로 2경기를 치르며,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인데 결승전은 단판 승부로 우승자를 결정한다.
챔피언스 리그는 유럽에서 월드컵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TV 중계로 한국팬들도 이를 즐겨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결승전에 진출한
아스날에는 월드컵에서 맞부딪치게 될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와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활약하고 있어서 새벽잠을 설치며
TV 생중계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막상 결승전에서는 아데바요르가 뛰지 못했다. 그는 올해 1월 아스날로
이적했는데 이적하기 이전인 작년 11월 모나코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 예선전에 출전했으므로 같은 시즌에 서로 다른 팀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결승전에서 뛸 수 없었던 것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경기가 열려 후반 역전극을
이루어낸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5번 결승에 진출했고 14년만에 우승컵을 두번째로 안았다. 레이카르스 감독은 선수 시절
우승한 적이 있고 이번에는 감독으로 우승했다. 아스날은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하여 전반전에 한골을 넣어 기세를 올렸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는 결승전까지 오는 동안 12회의 경기를 가져 8승4무로 무패를
기록했다. 첼시, AC밀란 등을 차례로 꺾은 바르셀로나는 우승컵마저 손에 쥠으로써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시상대에는 바르셀로나 소속 팀의 선수들이 자기네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입장하기도 했다. 카메룬,
브라질, 포르투갈 등의 국기를 보면서 박지성, 이영표 등 우리나라 선수가 이런 무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나타나는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아름다운 모네의 ‘수련’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이 걸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파리 시청으로 직행했다. 챔피언스 리그 창설 50주년을 기념하는 만찬이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데 10분
전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유럽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런 자리는 유익한 시간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팀이 독일 월드컵을 잘 준비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한국팀이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싸울 것이라고
했다.
파리 도착 다음날은 모네의 그림이 유명한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았다. 모네는 ‘수련(水蓮)’ 그림으로
유명한 인상파 화가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6년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17일 문을 다시 열었다. 기존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실내 조명으로 그림을 보았으나 재단장을 하면서 자연 채광이 되도록 고쳤다. 인상주의, 그중에서도 모네와 같이
자연을 그린 그림은 햇빛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른데, 자연채광을 함으로써 작가의 그림을 더욱 사실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높이 2m에 이르러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은 자연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독일월드컵이다
챔피언스 리그가 끝났으므로 유럽에도 이제 본격적으로 독일 월드컵 열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리그 소속의 선수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조국의 영예를 위해 어제의 동료를 상대로 치열한 ‘축구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3일은 세네갈과 26일에는 보스니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우리
대표팀이 독일 월드컵에서 잘 싸울 수 있도록 많은 팬들이 선수들을 격려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며칠 후면
광화문과 전국 각 도시의 큰 길에서는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퍼질 것이다. 월드컵은 우리의 ‘축제’이지 ‘숙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힘껏 소리지르면서 축구의 재미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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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몽준 회장,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참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