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을 놓고 벌인 문과 홍, 홍과 문의 회담은 끝내 벽대 벽의 전쟁으로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의 논리에는 결함이 없다. 우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의 폐지가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우려는 취지라고 예 설명하듯 문을 향해 설명을 했다. 홍의 이런 설명에 문은 경상남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먹는 문제에 차별을 받게 되었다고 응수했다.

 결국 회담장을 일어서든 문이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말로 마무리했고, 홍 역시 대안을 가지고 오셔야지라는 말로 대꾸했다.

 이번 홍과 문, 문과 홍의 회담은 애초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는 회담이었다.

 의제도 의제지만 두 사람은 차기 대권도전을 꿈꾸고 있다. 문은 열린 정치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에 비해 홍의 대권 입지는 아직 초보단계다. 홍은 새로운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통해 보수 세력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키고 싶다. 하지만 지금 딱히 그 방법이 없다.

 그런데 무상급식의 문제는 이미 검증단계에 있다. 2010년 4월 어렵게 서울시장직 재선에 성공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시행 문제를 놓고 서울시 교육청과 대립각을 보이다 급기야 이 문제를 시민투표에 붙이는 ‘아둔한 선택(시장 직을 걸어버림)’을 했다.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투표함은 열리지도 않은 채, 오 시장의 패배를 불렀다.

 오세훈 시장은 투표결과를 수용해 곧바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시민투표를 결정한 오시장의 속내야 어떠했든지 간에 당시 상당수의 서울시민은 오시장의 무모한 선택이 차기 대권과 연계되어 있다고 여겼다. 즉, 당시 투표에서 오 시장이 승리하면, 오 시장은 곧바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직행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의 꿈이었고, 오 시장은 서울시장 관사를 비우고 긴 외유에 돌입해야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여가 흐름 지금 그 화두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의해 다시 불거진 것이다.

 무상급식의 폐지라는 홍 지사의 행정에 대한 경남도민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옳다.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어미터가 경남도민 1022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결과에 따르면 경남도민의 59.7%가 잘 못된 결정(32%는 잘한 결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홍 지사의 이번 무상급식 폐지는 자신의 차기행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홍 지사가 그 같은 행정선택을 한데는 나름의 소신행정을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나 야당의원들의 생각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홍 지사가 차기대권의 입지강화를 위한 일종의 꼼수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홍과 문, 문과 홍의 회동은 애당초 양 벽의 만남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회동을 한 것은 우리정치에 있어서 새 정치의 면모를 보여 준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즉, 홍과 문, 문과 홍 두 사람은 비록 벽과 벽의 충돌로 회담을 마쳤지만,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정치에 있어서는 봄바람같이 신선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홍과 문, 문과 홍의 만남이 홍과 문의 전쟁 곧 벽과 벽의 전쟁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그 두 사람이 벌인 전쟁이 일반 국민에게는 지난 17일의 여야정 영수회담과 함께 봄바람 같이 신선하며, 희망의 정치를 보여 준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의 앞날에는 싸늘한 경남도민의 눈길만이 기다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문과 홍, 홍과 문 두 사람간의 전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 않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예에서 보듯이 이번 전쟁은 경남도민에 의해 홍의 패배로 판가름 나게 되어 있다. 홍지사가 보인 직설행정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의 희망과 달리 그는 결코 중앙정치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