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까지는, 적어도 경제문제에 있어서만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유지되는 등 미중 간에 노골적 대립각을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놓고 미중은 물밑에서 치열한 계산과 함께 점차 각자 행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G2국가의 지위를 확보한 이후 ‘세계경제 패권’을 놓고 미국과 다투는 중국의 횡보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경제의 틀’ 속에서 중국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세계경제의 틀을 중국은 깨고 새로운 세계경제의 틀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그 동안 보이지 않던 미중 간의 갈등이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격렬해 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민총생산의 크기 면에서 중국은 미국에 비해 배 이상 크게 뒤져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 달러화의 최대 보유국으로 넘쳐나는 달러의 운용을 놓고 고민해야 할 정도다. 그 달러를 기반으로 미국을 옥죄며, 중국은 자국 화폐인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

 중국의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이며, 그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북미대륙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 곧 유럽 및 남미대륙, 아시아 주요국들이 참여한다.

 우리나라 역시 여기에 참여를 뒤늦긴 했지만 최종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참여를 머뭇한 데는 미국의 시선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중자유무역협정의 발효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설립되어 운용되면, 한중간의 교역량이 크게 느는 것과 함께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우리의 참여가 또한 크게 확대되는 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일어날 각종 새로운 인프라구축행위는 한국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 기능을 할 것이다.

 문제는 경제패권과 함께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최강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세일가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함으로서 세계에 대한 현재의 지위를 이후 상당기간 더 연장할 수 있는 새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친 중국 외교보다는 지금까지와 같이 친미외교를 더 강화해야 한다. 더구나 한미 간의 협력 강화는 한반도 분단 상황과 함께 남북한 간의 대립구도를 생각할 때 우리로서는 불가항력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역규모를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해 등거리 외교자세를 취할 입장이 아니다.

 아무튼 지금  미중 사이에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정치군사적·경제적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우물쭈물해야 하는 신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전략적인 입장에서 우리는 미국의 전술 곧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거부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 싸드의 한반도 배치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는 점이다. 이 점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한미중 간에 첨예한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정치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놓고도 향후 한미중 간에 이해가 충돌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이 매우 크다. 특히, 경제패권과 정치군사적 패권은 구분되어 행사되기보다는 특정국가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세계경제(금융)패권에 대해 도전을 적극 준비 중이다. 중국 주도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설립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 점 때문이다.

 앞서 밝힌 대로 중국이 그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선진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기능을 보완 혹은 대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다르다. 즉, 중국은 향후 이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위안화’를 미 달러화를 대체하는 국제통화수단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그 같은 중국의 속 내을 미국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전략적 경제협력을 강화해 왔다. 즉,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에 대해 환율문제 외에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 공산품을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었다. 중국 공산품의 경우 비록 질이 떨어지긴 해도 가격이 싸다는 강력한 매력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한 때 중국은 세계의 공장역할을 했다. 그러나 근년 중국이 달라졌다. 중국의 경제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에 기대어 이제 더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경제를 선도 혹은 주도하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패권에 대해 도전을 시작했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역시 예민하다.

 결국 미국은 오래 전부터 정치 군사적으로 대 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세계경제에 대한 패권 또한 지켜 나가려 한다. 이 때문에 미중 혹은 한미중 간의 경제적 혹은 정치군사적 갈등이 점차 노골화 되고 강화 될 것이다. 이런 사태는 이후 한미중 간에 외교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어떤 외교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것인가? 나는 ‘삼각밀착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개별밀착형 외교 전술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이와 함께 러일을 비롯한 주변국에 대해서도 외교적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외교전에서 우리는 북한변수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한다.

 외교전에 있어서도 북한은 자칫 우리의 발목을 잡는 급진적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매우 크다.

 이 점을 우리 외교당국자는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20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