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인적쇄신의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0일 신임사장에 임명된 김영주 전 머크세로노 사업 부서장이 그 주인공이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외부인사를 발탁하는 일은 드물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과제는 ‘R&D’와 ‘글로벌’ = 김 사장은 GSK · 노바티스 · 머크세로노 등 다국적제약사에서 주로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종근당이 다국적사 출신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올해 3월 고문으로 합류한 인사를 사장에 발탁한 것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의 발탁 배경은 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해외 판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종근당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글로벌 역량 집중’을 사업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종근당홀딩스 김정우 대표는 “지난해는 정체된 제약환경 속에서도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준비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며 “올해부터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우수인재 육성을 통해 미래성장을 위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종근당은 최근 신약 R&D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업계에선 다국적사에서 경험을 쌓은 김 사장이 이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김 사장의 향후 과제는 기술수출과 해외 진출, 다국적사와의 제휴 등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현재 종근당 해외사업 총괄은 김규돈 부사장이 맡고 있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전문위원 출신인 김 부사장은 지난해 종근당에 영입됐다. 김 부사장이 영업·마케팅을 제외한 개발부, 연구소, 해외사업을 총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과 호흡을 맞춰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김 사장이 그간 마케팅과 영업 쪽에서 강점을 보였다”면서 “자사가 글로벌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향후 경영 방향도 이런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젊어진 사내이사’ 진용 구축 … 벨로라닙 임상 순항 중 = 종근당 사내이사도 50대 초반의 ‘젊은 피’로 진용을 꾸렸다. 1964년생인 김 사장 외에 신임 사내이사인 김성곤 효종연구소장과 구자민 경영관리본부장은 각각 53세, 51세다.
김 소장은 국산신약 20호인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정’ 개발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에서 R&D 전문인력이 사내이사로 발탁된 것은 김 소장이 최초다.
“제네릭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한계를 신약개발로 돌파하겠다”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자민 본부장은 재무전략 부문의 전문가로 꼽힌다. 재경팀장을 거쳐 지난해 7월 경영관리본부장에 올랐다. 정통 ‘재무통’을 내세워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영의 내실을 기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종근당 관계자는 “등기이사가 되면 사내에서 입지가 커진다”면서도 “아직 사내이사 임명을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종근당은 인적쇄신과 더불어 수년간 해외 기술수출과 자체 신약개발 투자에 주력해 왔다. 미국 자프겐사에 기술수출한 고도비만 치료제 ‘CKD-732’(벨로라닙)는 현지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기술료도 일부 유입되고 있다.
R&D 역량을 대폭 강화하면서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2010년 240명이던 연구개발 인력은 지난해 406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 금액도 같은 기간 296억원에서 747억원으로 늘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상위 제약사 대비 신약개발 능력이 낮다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아왔지만, 벨로라닙의 글로벌 임상을 비롯한 다수의 성과를 낸 종근당의 R&D능력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미 텔미누보, 딜라트렌SR 등 개량신약이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현재 다수의 개량신약이 임상 3상중이고 바이오의약품과 백신까지 후기 임상에 진입했다”며 종근당의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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