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로비, 언제나 있었던 일 아니겠나? 이는 국민 누구나가 갖는 생각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성완종 비망록’까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2015.4.9. 10:30경 추정 북한산 형제봉 근처에서 목메 자살)의 일상이 이후 모두 공개될 조짐이다.

경향신문은 성 전회장이 자살하기 전 50여 분 간 통화한 전화통화 녹취록을 보관하고 있고, 중앙일보는 정 전 회장의 측근 한 사람이 간직하고 있는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취재해서 보도했다. 이 비망록에는 성 전 회장의 일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 되면, 비망록이 전명 공개될 수도 있다.

 이는 우리의 정치권 전체를 뒤집어 놓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하 성 전 회장)은 분명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건설업에 입문하고 자신의 회사(대아건설)를 성장시킨 시기(70년대로부터 90년대에 이르는 때)에는 그와 같은 인물들이 대거 배출되었다. 이 시기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이 시기 우리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것은 수출이다. 수출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이 주도했다. 이 시기 성행했던 종합상사가 이들 제품을 수출하는 최 일선에 서 있었다. 이와 함께 우리경제의 내수부문 또한 큰 성장을 이어가는데, 그 중심에 건설업이 있다. 건설업의 경영은 그 특성 상 그렇게 많은 인력을 요구하지도, 또 전문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아웃소싱’이라는 말은 본격 쓰게 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그 이전까지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우리의 경영방식 또한 일본식 경영을 답습했다. 그런데 건설업은 그 구조상 아웃소싱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종합건설 면허만 갖추면, 각 전문건설업에 하청을 준다. 결국 종합건설업면허를 가진 건설사는 시공에 대한 관리만 하면 된다. 전문건설업 또한 마찬가지다. 전문건설업은 각 분야의 건설기술자를 거느란다. 이런 이유로 일용직 노동자를 가장 많이 고용하던 곳이 바로 건설노동자 시장이다.

 이 같은 건설업의 특징 때문에 건설업은 학력이 없는 자가 경영인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업종이었다. 실제로 앞서 지적한 시기에 건설업을 통해 돈을 번 많은 경영자들의 학력은 그들 대부분이 무학에 가깝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총명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자신이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지를 안다. 한마디로 그들 모두 로비의 귀재들이다.

그들은 아부할 줄 알며, 어떤 방식으로 동정심을 이끌어 낼지를 안다. 이들이 애초부터 종합건설면허를 소지한 것은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전문건설업(철콘, 미장, 도장, 목수 등)을 통해 성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종합건설사들로부터 자기분야의 하청을 따내야 한다. 이 때,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방식의 로비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우리사회에 ‘룸 살롱’이라는 술집 문화가 생성하여 발전하게 된 것도 이들과 연계되어 있다. 그들의 로비대상은 종합건설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검경을 포함하여 시군구청의 주요 공직자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은 권력의 속성을 그만큼 잘 안다. 이들은 애초부터 로비스트로서의 힘을 발휘하는 자들이다. 모 건설사 C회장의 일화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키가 겨우 1미터 55센티미터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6자(1.8미터)짜리 병풍을 서서 등에 지면 땅에 끌리기 마련이다. 그 병풍이 땅에 끌리지 않게 하려면, 병풍을 진 허리를 한참 꾸부려야 한다. 그는 그 병풍을 지고 모 종합건설사 임원 집 앞에서 그 임원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일을 수주했고, 엄청난 돈을 벌었다. 돈을 벌고 난 후에는 돈의 힘을 빈다.

돈 앞에 무릎 꿇지 않은 이가 없었다는 것이 C회장의 말이다. 이런 사실에 기초할 때,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 역시 초등학교 4학년 중퇴라는 학력으로 자살하기 전의 기업가로서 사회적 신분을 얻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성 전 회장은 기업가로서 경영인의 지위에 올랐지만, 그는 그기에 오르기까지 로비스트로서의 자질 또한 마음껏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 전회장의 정치권에 제공한 금품 리스트 및 자신의 일상을 세세히 기록한 비망록은 성 전 회장의 로비스트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 정부가 사정 타킷을 한참 잘 못 잡았다. 당장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완구 현 국무총리는 성 전 회장에게서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그것을 단 박에 거짓말로 뒤집어 놓았다.

바로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3.4. 재보선 때, 선거자금 3,00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의 로비스트로서의 뒤끝은 박근혜 정부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자살하기 전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현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을 포함하여, 여야의원 가릴 것 없이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나 비망록에 혹여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지 않나 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잠들지 못하는 밤을 맞고 있을게 뻔하다. 이 때문에 역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또 일보 전진해 나가지만 말이다. 2015.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