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사월 봄날이 진다. / 정 상 /
국민의 여망(餘望)담은 춘사월 봄날이 복사꽃과 함께 졌다.
거친 슬픔과 통절한 아픔과 한 세월에도 걷히지 않을 짙은 향기만을 남긴 채 저버린
청춘의 꽃들이여! 안녕하신가.
청춘의 꽃을 삼켜 넋으로 남은 남해 뱅골수역은 예 말없다.
하지만, 그 바다를 지켜 선 팽목항 사람들는
이미 져 흩어져 버린 춘사월 그 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되부른다.
그들이 그 꽃들의 이름을 새겨 되부를 때마다 치솟는
그들의 뜨거운 눈물비가 남해 뱅골수역 하늘을 어둡게 수놓고,
이내 남해 뱅골수역에 흩뿌려진다.
쉼 없는 뜨거운 그 눈물비로 남해 뱅골수역조차 오도독 오도독 튀듯 애끓는다.
청춘의 꽃은 한편의 서러운 시로 남아 남해 뱅골수역을 지키고,
그곳을 바라보는 남겨진 그들 또한 한편의 팽목항 서화(瑞花)로 남아
숨을 함께 여원히 쉰다.
춘 사월 봄날이 복사꽃과 함께 간다. 2015.4.16.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진 청춘의 넋들을 위로하며
/시작배경(詩作背景)/
세월호 참사 1주기(2015.04.16)를 맞았다. 결코 잊히지 않을 그날을, 우리는 애써 잊고 산다. 춘사월 복사꽃이 만개하던 희망의 봄날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수많은 청춘의 꽃들이 세월호와 함께 졌다.
들리지 않던 그들의 절규를 가슴으로 들어야 했던 지난 1년, 눈에 선한 그 비광(悲光)을 애써 잊지 않으면,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가슴이 너무 아파 아예 살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1연과 2연이다. 국민의 간절한 여망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복사꽃이 한창이던 춘사월 봄날에 결코 지지 말아야 할 복사꽃들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지고 말았다. 아픔을 지은 그 인간의 이기심은 결코 용서가 안 된다. 그래서 아픔은 더 크다.
2연의 첫 행은 바로 그 아픔의 표현이다. 만물에게는 죽음의 때가 있다. 그 때가 자연스러우면 아픔이 덜하다. 하지만, 그 때가 아닌 때에 죽음을 맞이하면, 슬픔을 넘어 이는 아픔이 천만 배에 달한다.
그 아픔이 짓는 것이 바로 눈물비다. 그것은 분노로 가득 차 뜨겁다. 그것이 하늘을 뒤덮는다. 그리고는 이내 남해에 흩뿌려 진다. ‘오도독 오도독 튀듯’이라는 표현은 그 뜨거운 눈물비가 남해와 부딪히는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의 절규며, 남은 자에게 보내는 하소연이다. 그렇지만 (우리 가슴에) 그들은 한편의 시(詩)가 되어 남해에 깊이 잠든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 또한 서화(書畵) 한편이 되어 그들과 영원히 함께 한다. 이로써 우리의 슬픔이 창조적 신화로 이어지기를 시인은 소망한다. 이 땅의 국민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시인이 부적합한 선택임에도 굳이 ‘창조’라는 시어를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시련을 극복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시인은 좌절 속에서도 국민적 희망을 갈구하고 있다.
2015.4.16 |
iperi@ip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