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Park, Jong-chul)
1978~2008 국제 현대 미술전 기획, 출품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프랑스. 미국 등) /2008 Lille Art Fair 초대전 현, 한국 현대 미술가회(KCAA) & 중남미 현대 미술연구소(LACART) 대표. 베아르떼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평론, 칼럼니스트. 약 150회 국내외전 출품.

게단으로 올라간 6층 광화문 화실

광화문 역 근처에 자리 잡은 화백의 화실은 엘리베이터기 없는 계단 6층에 있었다.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는 화백의 물감 묻은 두 손과, 화실을 매우고 있는 캔버스들을 보니, 화실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느껴졌다. 생각보다 좁고 낡은 화실을 두리번거리자, 화백은 이곳을 벗어나 더 나은 화실로 이전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이 나아지면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고, 그렇게 되면 미술에만 전념할 수 없을 것 같아 35년이 넘게 광화문 근처의 이 화실을 고집해 왔다고 한다.

화가이자 평론가. 그리고 큐레이터.

화가이면서 평론가이기도 하고, 큐레이터도 이기도 한 화백은, 미처 작품세계에 대한 질문도 하기 전에 우리나라 미술계의 흐름에 대하여 얘기하기 시작했다. 미학은 순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비리로 얼룩져 있는 각종 미술대전이 이제는 페스티발로 바뀌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하여 미술인들의 자성과 문화 창출에 대한 신념이 따라줘야 함을 강조하였다. 화백은 자신이 칼럼을 쓰고 있는 ‘월간 아트뉴스’를 보여주며 그가 미술계를 바라보는 시점과 바라는 점을 얘기해 주었다.

인간의 실존은 비극에서

진,선,미 외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 화백은 인간의 실존을 비극에서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 인간의 심연을 느끼게 해주는 푸른색 계열의 작품이 많다. 신비스런 색감을 더한 작품들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곳이기에 제목은 ‘유니버스’라고 지었고, 새로운 작품을 할 때 마다 ‘유니버스’ 뒤에 작품년도만을 붙일 뿐 다른 이름은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색채만 가득한 작품을 보고,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는지 묻자, 자신의 영감에 따라, 우연성에 기인 한다고 하였다. 물감을 뿌리기도 하고 캔버스 위에 가만히 흘러 보내기도 하며 그림이 스스로 완성되게 한다는 소위 let it be 원칙이라며 말을 덧붙였다.

열정과 감성의 향연

화백이 큐레이터로 있는 베아르떼 갤러리에서 1월말까지 <열정과 감성의 향연>이란 이름으로 한국․ 라틴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린다. 강한 색채와 다층적 구조의 라틴 작품들을 통하여 라틴 아메리카 인들의 열정과, 열망, 그리고 속에 녹아 있는 호소력 짙은 메시지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현대 미술의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박 화백을 포함한 46명의 한국 화가들의 우수한 작품도 감상 할 수 있다.

다음은 박 화백이 2009년 미술계에 보내는 당부의 글이다.

2009. 미술계에 희망이 깃들기를...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지나고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2008년의 미술계도 참으로 힘든 한해였다. 리움의 미술품소장, 이중섭, 박수근의 위작시비사건, 미술품에 관한 세제 개편안등은 갤러리, 작가 모두에게 시련을 가져다 주었으며 마치 미술계 전체가 범죄의 온상처럼 비쳐 지기도 하였다. 일부 기업이 소유하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미술품 다량 소장이 마치 큰 범죄라도 되는 양 매스컴의 호들갑스러운 보도들은 순수한 미술애호가들이나 콜렉터가 지향하는 미술품의 정상적인 소장조차도 주춤하게 하는 요인을 낳았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불황의 여파가 휩쓸고 있는 오늘에 있어서 미술계는 찬바람을 맞고 있으며 문화계 특히 미술문화의 위축은 국민전체의 정서적인 무력증을 가져 올 수 있으며 디자인의 변별력 없는 제조업으로 국가 경쟁력의 하락요인이 될 수 있음을 정부 당국자는 유념해야 한다. 그런 까닭으로 미술품 관련 세제 개편안도 유보내지 철회되어야 한다. 이번의 세제 개편안은 침체되어 있는 미술 문화계에 직격탄을 날리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갤러리가 개점휴업상태에 있으며 작가들의 대다수가 작품발표를 보류하고 있으며 전시에 임하는 작가들도 미술문화 창출의 희열을 감득하기 보다는 과연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고위당국자는 이러한 미술문화계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세제 혜택과 갤러리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의 직접적인 지원 등으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미술문화지원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10인 이내의 소위 인기 작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작가들과 갤러리들은 열악한 창작 여건과 운영난으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미술계 자체(작가, 갤러리, 콜렉터, 큐레이터, 평론가, 미술 애호가등)와 매스컴까지도 성찰과 적극적인 자구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과도한 작품가, 불합리한 작품규격, 미학이 결여된 작품성 등은 하루 개선되어져야 한다. 오늘의 미술계 현실을 자초한 상당부분의 원인은 미술계 자체의 부조리-미술 대전 및 각종 공모전의 부정, 그로 인한 도덕성 결여와 미술애호가들의 외면, 그리고 위의 불합리한 요소-가 한 몫을 하였음도 사실이다. 끝으로 기업이나 사회 각계, 상류 계층의 적극적인 참여로 미술 문화 살리기 운동이 전개 되어야 한다. 기업과 미술계의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지속적인 미술계 살리기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확립되어져야 하며, 해외 아트페어時의 작품운송, 항공료, 숙박비등의 지원으로 한국의 현대미술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도에는 미술문화계의 르네상스가 도레하기를 기원하고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