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제23조는 공익을 목적으로 수용하는 토지에 대해 ‘정당한 보상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헌법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다들 이 규정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잘 못이라는 인식 때문에 보상수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평생 동안 일군 재산을 정당한 보상 없이 공적 기관 혹은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빼앗듯 하는 데 대해, 토지를 강제수용 당하는 당사자들로서는 정말 억울할 수밖에 없다.  숭례문 화재 사건의 경우도 자신의 토지가 극단적인 저평가를 통해 강제 수용당하는 등 정당한 보상원칙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보복심리 곧 그 내용을 환기시킬 목적으로 2차례에 걸쳐 감행된  두번째 방화사건이다.

   우리에게는 과연 헌법이 규정한 ‘정당한 보상원칙’을 구현할 방법이 없는가?

   현재, 토지수용보상 절차는 관련법에 따라 먼저 해당기관의 협의 매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협의매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조차 합의 되지 않으면, 해당기관은 곧바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재결과정에 책정한 평가금원을 토지소유권자 앞으로 공탁한 후 토지소유권을 강제 이전한다.

  이후 당 토지소유자는 전 소유권자로 그 지위가 변경되며, 보상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 토지소유자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이 각급 행정법원에 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는 길이다.  이 소송 역시 3심의 심급을 거치게 되지만, 당해 토지의 전 소유권자가 수용보상금 증액에서 승소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재판에서도 수용보상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당해 재판부라기보다는 당해 재판부가 지명하는 공인감정평가 기관의 감정평가결과이다. 결국 토지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의 경우 당해 재판부는 당해 토지의 보상수준을 결정하기 위해서 소위 법원에 등록된 감정평가기관에게 당해 토지의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절차만을 진행할 뿐 당해 토지의 가치의 크기 여부에 대해서 해당 재판부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현재의 감정평가기관은 소위 ‘사단법인 한국감정평가협회 회원사로의 지위’를 그들 대부분이 갖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감정평가전례’는 마치 대법원의 판례와도 같은 기능을 한다.  따라서 수용보상금 수준을 결정한 감정평가서가 일단 발행된 이상, 그에 반하는 새로운 감정평가서를 거의 모든 감정인이 다시 평가해 내놓을 수가 없다. 만일 그렇게 되면, 감정결과가 상충하는 두 감정평가기관 혹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결과를 놓고 쟁의 곧 어느 감정기관 혹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서가 옳은 지 판단이 필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주무감독관청인 국토해양부로부터 어느 한 쪽은 징계를 당하는 등의 처벌을 받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감정원 권모 감정평가사는 앞의 경우 같은 경우를 놓고, “자신이 판사적 위치에 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감정기관 혹은 감정인들의 감정평가서 내용의 충돌을 막는 방법이 없는 한 법원에서 새로운 감정기관에 해당 토지의 감정평가를 다시 의뢰한다고 하여도 기존의 감정평가 결과와 상충하는 새로운 감정평가 결과를 거의 대부분이 얻을 수 없다.

   특히,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측은 개인이 대부분이며 물심양면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그 상대는 공적기관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약자로서 개인이 공적기관을 상대로 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칫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건의 엄중성에 따라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감정평가 시에 발생하는 비용 또한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앞서 제기한 문제는 반드시 극복돼야 할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토지보상금 증액 소송을 담당하는 판사 곧 재판부는 단순히 감정평가기관의 평가내용에만 근거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판사로서 감정평가기관의 평가 역시 옳은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토지수용보상금증액 관련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는, 판사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공인감정평가사로서의 전문성을 또한 갖춰야 한다.

   현재 토지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 모씨는 말한다. “자신이 필사의 노력으로 발굴해 법정에 제출하는 모든 증거자료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서에 의해 종래 모두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재판부 역시 감정평가기관의 감정평가서에만 의존해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거자료로 제출된 증거자료 일체를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현행 수용보상금증액 소송의 재판구조 자체가 문제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관련법의 개정을 통해 재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법원 체제 속에 토지보상 재판을 전담하는 특별 재판부를 신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원칙을 구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 참여 재판을 통해 보상 수준의 정당성을 가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앞의 김 모씨 역시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수용보상금 증액 소송에 대해 국민참여 재판을 열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토지수용을 놓고 벌어지는 재판에서 사법피해자가 더는 발행하지 않도록 정부가 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