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강원 태백시 황연동 통리. 육군36사단 조현수(23) 병장이 급수차의 밸브를 열자 호스를 통해 커다란 물통 속으로 물이 콸콸 쏟아졌다. 호스가 닿지 않는 집 안쪽으로는 장병들이 대야 등을 이용해 물을 퍼 날랐다.

물이 모자라 고생했던 주민 김연화(62) 씨의 얼굴은 그제서야 화색이 돌았다. 

“그동안 세수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는데 이제 한시름 놨습니다. 밀린 빨래도 해야겠네요.”

강원 남부지역은 요즈음 가뭄과의 전쟁에 한창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이곳 태백·정선지역의 강수량은 108.3mm. 전년(398.8mm) 대비 약 27% 수준에 불과한 상태.

이로 인해 태백시 전체와 정선군 사북·고한·남면 일대, 영월군 상동읍 지역은 하루 3시간씩 겨우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특히 태백시는 6개소 1800가구, 정선군은 10개소 360여 가구가 단수로 아예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의 수원지 역할을 하는 광동댐도 31일 현재 취수 최저 수위인 662m보다 1.65m가 높을 뿐. 취수 지원을 위해 하루에 저수량이 3만 톤씩 줄어들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말에 비가 내렸다지만 1일 공급량인 3만 톤의 반의 반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수량이다.

이에 따라 군이 긴급 지원에 나섰다. 28일부터 급수차(4톤) 11대와 도로관리차(6톤) 3대 등을 투입, 육군36사단 책임 아래 하루 150톤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별로 나눠 차량당 적게는 1일 4회, 많게는 6∼7회까지 운행하고 있다.군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물을 공급받고 있는 주민들, 특히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고지대의 홀로 사시는 노인들은 생명수의 공급에 들뜬 반가움이 가득하다.

막으로 물을 공급받은 태백시 철암동 피네골 서옥자(78) 할머니는 “이런 가뭄은 평생 처음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며 “군인 아저씨들 덕분에 당분간 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며 장병들이 떠날 때까지 꼭 잡은 손을 부여잡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주민들이 물을 공급받으려면 동사무소에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를 모르는 주민들이 적지 않아 군은 아예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동대장들에게 정확한 실태를 파악케 하는 등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태백대대장 장세혁(42·학사16기) 중령은 “이번 대민지원을 통해 주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주민들의 고통은 사단 전 장병의 고통이라는 가족 같은 마음으로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