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 증가 곧 금리인하의 경제적 효과
통상적이라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의 예금금리를 포함해 대출금리 등도 비록 시차는 있지만 내리기 마련이다. 이처럼 금리가 전반적으로 내린다는 것은 곧 시중의 통화량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한편, 통화량이 늘면, 시중에서 더 많은 돈을 더 낮은 이자율로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가는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지(餘地)가 생기고, 소비자는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餘地)를 갖는다.
문제는 바로 이 ‘여지(餘地)’의 크기가 경제사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기업이나 소비의 주체인 가계에 투자 및 소비의 여지만 크졌을 뿐이지, 기업이나 가계가 그 여지를 이용해 실질적 투자 확대와 소비 증가에 나설지는, 적어도 우리경제의 현실사정을 감안할 때, 여전히 의문이다. 즉, 기업의 경우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더 낮은 이자율로 구할 수 있다고하여 투자를 확대하지는 않는다. 기업은 투자를 확정하기 전에 반드시 시장동향, 그 리스크 및 수익률 등을 분석해 이윤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비로소 투자를 실행한다. 가계 역시 낮아진 이자율만큼 소득이 늘어야 소비를 확대할 수 있다. 단순히 이자율이 더 낮아졌다고,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이 소비하리라는 것은 다분히 계량적인 것일 뿐이다. 더구나 통화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각종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경제환경(인플레이션 경향)을 구축한다.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경향은 기업이 제품가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소비주체인 가계의 입장에서는 물건 값이 오른만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통화량 증가의 효과와 관련해 소비주체인 가계의 입장은 어쩌면 이중고와 맞닥뜨린다. 즉, 임금근로자를 가정할 경유 통화량이 늘어나면, 화폐의 실질가치가 (그와 연동해) 떨어져 소비여력이 그 만큼 준다. 이런 상태에서 시장에 나가면, 각종 상품의 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올라 있다. 통화량 증가의 앞의 두 효과는 동전하나를 놓고, 앞면과 뒷면의 그림이 다르다고 각기 다른 동전이라고 설명하는 것과 실질에 있어서는 같다. 동전은 앞 면 그림과 뒷면 그림이 다르다고 두 개의 동전이 아닌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통화량 증가로 인한 가계의 2중고라는 말은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각종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앞면의 그림과 뒷면의 그림이 다른 동전과는 달리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
이 때문에 임근근로자의 경우 시중의 통화량이 증가하면, 임금의 실질가치가 떨어져 겪는 구매력 약화와 시장에서 상품 가격이 올라 격는 구매력 약화의 이중고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 인플레이션 경향이 나타나면 채무자의 경우 통화량 증가로 인한 돈 가치 하락분만큼 이득을 본다. 그만큼 실질적 채무의 크기가 작아진다. 이와 함께 이자율 또한 낮아져 낮아진 이자율 만큼 이자의 부담이 경감된다. 이렇게 보면 인플레이션 경제환경 하에서 채무자는 이중의 이익을 누린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설명한 통화량 증가의 경제적 효과라는 것이 계량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의 경제상황에 따라 그 효과는 반감되기도 하고 더 커질 수도 있다. 즉, 경기가 인플레이션 경향을 보일 때, 만일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의 통화량을 늘리면, 앞서 설명한 경제적 효과는 승수효과를 낸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경기가 디플레이션 조짐 속에 있을 때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통화량을 증가시키더라도 그 효가를 사실 상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경기가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일 때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함께 한은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통화량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과감한 재정확대정책까지 더해져야만, 현재의 후퇴적 경기를 상승 경기 쪽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큼융통화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현행 기준금리 1.75%를 0.25%포인트 네려 1.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1.5%는 사상 최저치다.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배경에는 대내적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원-달러 환율 및 원-엔 재정환율에도 영향을 미처 수출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명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확산 일로에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_메르스) 사태’가 부른 소비위축 효과를 반감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또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이미 우리경제의 성장추동력이 너무 약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우리경제의 성장추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적극적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 또한 전개할 필요가 있다.
2015.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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