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유승민의 엇박자 정치, 이제는 끝내야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비토’가 새누리당을 뒤흔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잔불정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메르스 사태가 또 불거저 자칫 레임덕이 가속화 될 위기상황을 맞았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기간이 오는 8월 말이면 그 반환점에 다다른다.

이와 함께 제20대 총선의 시기 또한 10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6.4.13. 치러질 제20대 총선을 10여 개월 앞둔 시점이라, 당내 의원들의 총선 행보 또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제20대 국회의원으로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죽느냐가 결정된다.

여야 원외인사들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총선행보 또한 빨라지고 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서, 차기 대권주자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은 권력의지를 불태우는 정치인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때문에 정치인의 권력 줄서기 또한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이들 중 집권기간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줄을 대려는 이들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위 친박이라고 불리는 정치세력의 응집력이 이미 그만큼 약해져 있다.

 이에 비해 새로운 권력의 형성을 바라보며, 그곳에 줄을 대려는 의원의 수는 크게 늘어날게 불을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신권력 형성의 중심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서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또한 그 한 축으로 볼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새로운 정치국면을 연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무성의 대표의 의중이 담겼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없는 복지정책은 허구”라며, 청와대가 강조하고 있는 증세없는 복지 정책에 대해 일갈(一喝)했다. 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나 들을 내용이다. 이후 그의 정치행보 또한 친정부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공언했던 대로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그 나름의 ‘진영을 넘어 합의’의 합리적 의회정치를 구현해 나온 셈이다.
이 같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정치행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와 함께,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정치를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여당의 원내 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의 정치 수준도 높아져서 진실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같은 작심(作心) 발언의 배경에는 김무성 대표와 연동되고 있는 ‘유승민의 정치(진영을 넘어서는 합의정치)’에 대한 누적된 반감을 담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적한 대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추구하는 합리적 의회정치와 청와대의 국정운영 행태는 엇박자를 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지난 25일 발언은 유승민의 정치에 대한 반감과 함께 당과 청와대의 관계 재설정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임이 맞다. 즉, 이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확실하게 당권장악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그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권 장악에 이미 여러 차례 실패했다. 지난해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도록 지원했으나, 실패했고, 국회의장 선출 역시 대통령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번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선출 역시 박 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른 유승민 의원이 선출됨으로써 박 대통령은 이미 당권에서 멀어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이 자칫 청와대에서 당으로 자칫 넘어갈 수도 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은 정권(政權)의 중심부에 있지만, 곧 지는 해로 자리매김 된다. 지는 해는 아름다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어 이내 사라진다.

이번 새누리당과 청와대 혹은 유승민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충돌은 위와 같은 연유에 기반하고 있다. 집권당의 원내사령탑 중의 한 명으로서 당헌당규를 고려할 때,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도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향과 엇박자를 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유승민 의원의 경우 박 대통령의 질책에 자신의 정치관을 하루아침에 버려서는 안된다. 바로 유승민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전에 국회의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회적으로 유승민 의원을 겁박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 박 대통령은 국민을 볼모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 하지만, 이번 박 대통령의 ‘말 폭탄에 가까운 정치 발언(공직선거법 9조 위반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냉철히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많은 국민은 박근혜 정치에 대해 기대를 저버리는 등 등을 돌렸다.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나 국정운영을 돌이켜 살필 때, 박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치철학을 고집하며 대국민의 뜻에 반하는 엇박자를 그 동안 내왔다.

특히, 그 동안 행해진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야 말로 국민의견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국민 대 배신 행위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특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질책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엇박자 정치를 해소하는 쪽에 그 무개 중심을 둬야 한다.

권력 특히 정치권력은 그 자리에 있으면, 무한 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대통령 역시 그직에서 물러나면, 뒷방늙은이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성공한 대통령은 안정적 정치기반 위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대통령의 안정적 정치기반 이란 집권기간 동안 행한 자신의 정치에 대해 신진정치세력이 반감을 갖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엇박자 정치를 끝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앞서 지적한 점 때문이다. / 2015.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