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31지방선거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이번 선거는 2007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한국정치에 있어서 다시 보수 세력의 독주가 예상 되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군부에 의한 독재를 거쳐 1997년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다음 대선에서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이 정권을 재창출하면서 한국정치의 미래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 앞으로의 한국정치는 지역주의 정치를 넘어서 정책과 이념에 의한 대결구도로 정착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 정권의 무능과 여당의 정체성 혼란 그리고 몇 년 째 이어지는 경제 불황의 여파로 참여정부와 여당은 민심의 외면이라는 역풍을 맞고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 총선에서 여당은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점유하며 그들이 내걸었던 개혁이라는 기치에 가속 폐달을 밟을 수 있었지만 민심을 외면하는 행보를 거듭했고, 결과적으로 선거 참패의 요인이 됐다. 민주노동당 역시 지난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첫 의회진출로 진보세력의 정치참여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예상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진보대중화의 한계를 드러냈다. 선거기간 내내 떠돌던 공천비리, 성추행 파문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흔들기엔 역부족이었고,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불신을 되돌리기에도 충분하지 않았다. 게다가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한나라당의 압승에 결정타를 날려주었다.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에 있어서도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의장과 김근태 의원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은 3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정국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의 집권과 더불어 보수 세력이 의회를 장악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견제세력 없는 보수 독점화 현상이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중도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지금처럼 민심과 따로 노는 행보를 거듭한다면 그 반사이익이 한나라당의 지지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독재와 다를 바 없는 일당에 의한 통치구조가 형성되고 한국정치는 민주화 이전으로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실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구조는 지역주의 구조의 틀을 깨고 정책과 이념에 따른 정당간 대결의 형태이다. 현재와 같은 한나라당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지역주의 보다 더욱 심각한 독점주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 땅의 밝은 앞날을 위해서는 특정 정당의 독점화와 지속화 없이 정책의 대결에 따라 국민의 심판과 선택을 받고 정당 간에 상호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정당은 지역주의나 과대포장의 위선적 정치행위에 기대기보다는 그것을 해체하고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공약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 역시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감시와 참여를 통해 올바른 정치문화가 타오를 수 있도록 부채질하는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민심은 맹목적이기 보다는 조건적이다. 2년 전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이상을 점거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참패의 쓴맛을 보았던 것처럼 현재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 역시 언제 흔들릴 지는 알 수 없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삼아 국민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고, 열린우리당 역시 개혁정당이라는 초심을 잃지 말고 사안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정체성 혼란의 길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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