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신문 편집국장)

여당이 미디어 법안 강행이라는 뇌관을 끝내 밟아 정국파탄의 지뢰밭이 터졌다. 야당이 다시 점거농성에 나섰으며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고 거리에 나서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다. 용산참사 파문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시점에 덧대기로 터진 사태라 파편이 어디까지 튈지 짐작할 수가 없다. 촛불이 가세할 기미이기도 하다.

난폭하게 몰아치는 후폭풍의 경로로만 보자면 최소한 여당이 합리적 전략을 펼쳤다고 볼 수는 없다. 미디어 법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법안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언론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의 두 배에 달하는 법안이다.

이렇듯 정치적으로도 뺄셈이 분명한 사안을 두고 여당이 ‘못 먹어도 고’를 외치고 있는 무리한 수순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원인을 따져본다면 두 가지 분석 정도가 유추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통령의 뜻이니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관철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조직논리를 상정해볼 수 있다. 국정의 중요 사안이 권력 수장의 령을 존중하자는 논리쯤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게 다소 씁쓸하긴 하지만 영 틀린 해석은 아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의원 회의에서 ‘일치단결’을 호소한 직후에 고 흥길 문광위원장이 기습상정이라는 도발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여권 전체로 영역의 경계를 넓혀보자면, ‘총체적 위기의식’의 산물이라 볼 수 도 있다.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압승의 전과를 세우고 정부를 접수하긴 했지만, MB정권의 지난 1년의 성적표는 참담한 게 사실이다. 500만표 이상의 표차로 야당 후보를 누르고 청와대에 입성한 MB의 지지율은 올 들어 다소 회복했다는 게 겨우 3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MB를 찍었던 사람들이 ‘내 손을 자르고 싶다’는 식의 냉소를 뒤로 하고 떨어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정권을 꿈꾸는 권력집단에 있어서 반대편에 있는 이들의 험악한 삿대질 보다는 내편이라 여겨온 지지계층의 냉소와 불신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회복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헤어진 부부는 남보다 더 못하다는 말도 있다. 어쩌면 참여정부의 종언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상정해 본 여권이 총체적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경로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우리가 상식의 잣대로 따라가 볼 수 있는 한계다.

그 다음단계의 해법에 있어서는 국민의 일반론과는 너무도 판이한 시각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기이후 여권의 행보를 보면 마치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진 지난 10년 동안 나쁜 약물에 중독됐다는 식의 견해가 엿보인다. 그리고 그 약물의 공급 책으로 일부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상정한 것이다.

언론의 성격을 변화시켜 정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여권의 논리는 이렇게 틀을 잡았을 여지가 많다. 그러나 이 논리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비유에서와 같이 참으로 허무맹랑하다. 민주시민사회에서 여론과 미디어는 닭과 알 혹은 알과 닭의 관계다.

닭이라는 미디어의 활동이 여론이라는 알을 낳기도 하지만, 여론이라는 알이 또 닭이라는 미디어의 형상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상관관계의 순리가 어긋나면 알이 깨지고 닭이 죽는다. 덩달아 정권의 씨앗도 말라 대를 잇지 못한다. 지난 민주화의 역사가 이를 증거하고 있음을 여권은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