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과 일본 전자제품 수출 추이

일본 전자업계의 위기

2008년 일본 전자기업들의 실적은 2001년 IT버블 붕괴 때를 능가하는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주요 9대 기업의 전망치를 종합한 예상 영업적자 규모는 IT버블 붕괴때와 비슷한 3,000억 엔 정도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클 듯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비용 등을 계상하면 1~2개 기업을 제외한 다수 기업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전체 손실 규모는 1.9조 엔이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 히타치, 도시바 등의 최근 주가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주식매매시스템을 도입했던 1980년대 초반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소니 주가도 1980년대 후반 이후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시바, 소니 등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쓰비시, 파나소닉 등은 영업손실은 면하지만 이익 규모는 대폭 축소되었다. 도시바는 창사 이래 최악 수준인 2,800억 엔, 소니도 1980년대 이후 최악인 2,600억 엔의 영업적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AV 사업이 부진하고, 소니는 LCD TV, PC, 디지털카메라 등 주력 품목의 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으로 타격. 한편 미쓰비시는 1,200억 엔, 파나소닉은 600억 엔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55%, 88% 감소. 미쓰비시는 휴대폰 철수 등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난 것이고, 파나소닉은 해외매출 비중이 낮아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전자업계의 불황과 구조개혁 추이

위기의 근본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

실적 악화의 일차적 원인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화 강세 등 외부 요인일 것이다. 경기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데다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일본 전자제품 수출이 급락하고 기업들의 해외 매출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증가세를 계속해오던 일본 전자제품 수출이 2008년에는 9.4% 감소. 2008년 4분기 소니의 일본매출은 15% 감소한 반면, 해외매출은 27% 감소되었다. 이는 2002~2007년 동안 IT경기 회복과 엔화 약세로 일본기업들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였던 것과 대비, 2002~2007년은 일본경제에 있어 전후 최장의 호황기로, 전자제품 수출은 연평균 7.1% 증가했으며, 9대 전자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5.2% 신장되었다.

보다 근원적인 실적 악화의 원인은 그동안 일본 전자업계가 안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일본 전자업계는 과거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실질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개혁은 미흡했으며, 생산성과 사업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이 점차 약화· 전자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아날로그 → 디지털'로 패러다임 변화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엔화 강세 등 외부변수와 결합 및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과거 일본 전자기업들은 여러 차례 경제·산업의 불황기를 거치며 다양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80년대 엔화 강세와 반도체불황기에는 해외생산 확대, 비용절감으로 대응,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기에는 과잉설비, 과잉채무, 과잉인력 등 '세 가지 과잉' 해소에 주력. 2001년 IT버블 붕괴 전후에는 반도체, LCD업계 통폐합 등이 본격화하였으며, 1999년 DRAM의 엘피다(NEC +히타치), 2002년 시스템 LSI의 르네사스(히타치 +미쓰비시) 등 업계 간 합종연횡이 진행되었다.

여러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자업계는 장기 저성장에 봉착. 세계 전자기업 3,351개사의 1997∼2006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을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일본 전자기업들의 성장 정체가 뚜렷했다. 동기간 대만, 한국 전자기업들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일본 전자기업의5배 이상을 기록. 세계 상위 전자기업 순위에서도 일본기업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일본 전자업계의 구조적 문제로는 네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① 생산성 악화
② 백화점식 사업 구조
③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 미흡
④ 제품력의 우위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