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을 포함화여 칠레 등 환태평양권에 소속된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이 논의를 시작한지 5년여만에 타결됐다. 이로써 세계는 유럽연합,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국, 그리고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 중국, 한국, 인도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탸평양 16개국의 역내경제동반자 협정이 체결된다면,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3개의 거대한 지역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의 체결을 두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중국이 주도하도록 놓아 둘 수는 없다.”라고 강조함으로서, 이 같은 지역을 단위로 형성되는 경제블록화는 경제적 협력의 틀을 넘어서 정치적 결속을 의미화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도 있다.

이처럼 역내 경제적 결속이 정치적 결속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그것은 곧 군사적 결속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도 세계경제는 블록화의 긿을 걸었다. 그 결과 정치군사적 충돌로 이어져 제 2차 세계대전을 촉발하는 전기가 되었다.

역사는 답습하는 것일까? 지금 세계는 세계화 속에서 지역화라는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물론 세계화와 지역화는 그 나름의 새로운 협력의 틀을 형성할 수 있고, 그 결과 세계는 가트(GATT) 체제를 대신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열었다.

이런 다자간 협력체제는 세계가 협력할 때 상호 더 큰 경제적 이익이 증진된다는 것이 그 믿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이성적 판단과 함께 그 속에는 공정한 경쟁의 구현이라느 세계적 목표의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네 삶에서 보듯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 맞지만, 그점이 구현되려면 소위 강자의 도덕적 책임의식이 충분히 발휘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의 그런 기대는 염원에 불과하다.

 시장이 우리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이상적 기구라고 하더라도 시장기능 또한 우리의 모든 요구를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기적 인간을 단위로 조직된 국민을 단위로 구성된 현대국가 또한 매우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세계사를 추동한 것은 국가이기주의다. 경제의 블록화 역시 국가이기주의에 기초해 역내 국가들의 경제적 이익극대화를 위해 결성된다는 점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비록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체결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다고 하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국의 지위를 얻는데 소홀히 한 것은 우리의 전략적 판단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시아-태평양 16개국 경제동반자 협정이 향후 체결되어 우리가 그 중심국가가 되어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나중의 일로 일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국의 지위를 협정 체결 단계에서 확보하는 것이 옳았다고 할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액이 무려 세계총생산의 38%대에 이른다는 점이 그 점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수출주도형 성장 국가라는 사실을 정책 당국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앞서 전략적 판단의 잘 못을 지적한 근거 또한 우리가 수출주도형 성장국가라는 사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