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다더라”

연예계의 비화로만 알려졌던 연예계 X파일은 모두 사실인 것일까.

2000년, 한 방송프로에서 연예인들의 매춘실태를 다룬 ‘뉴스 추적’을 방영해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켜 소문으로 나돌던 일부 연예인들의 매춘 사실에 온 국민은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제기돼 온 연예인 비리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속속히 드러나면서 연예계의 비화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정치인에 대한 연예인의 성상납 의혹이 불거져 나왔고, 또 몇 년 후 대기업에서 비자금으로 연예인 윤락을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다. 잊혀질만하면 반복되어 나타나는 연예계의 치부.

그리고, 지난 3월 7일 여배우 장자연이 스스로 목을 매 세상과 등지며, 연예계의 악취가 또 한 번 세상을 흔들었다. 인기드라마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던 그녀를 세상의 끝자락으로 몰고 간 그 검은 그림자의 진상은 무엇일까.

그녀가 남긴 문건이 발견되면서 방송 출연을 고리로 한 방송ㆍ연예계의 검은 먹이사슬 구조가 또 한 번 실체를 드러났다. 사건의 전반은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와 인기 드라마에 출연시켜주는 것을 대가로 술 접대와 성상납 강요, 폭행을 일삼았다는 것.

지난해 방영된 모 드라마에서 연예 기획사와 연예인, 방송국 관계자들이 뒤엉킨 연예계의 치부를 드러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방영 당시 광고 재계약을 위해 성상납을 제의 받는 장면, 성상납의 희생물이 돼 자살을 선택한 연예인을 그리며 연예인 성상납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다루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일명 우리가 스타라고 부르는 배우에게는 인기와 부와 명예, 아름다운 외모까지 모두 갖춘 그들의 화려한 삶 뒤에는 질퍽거리는 진흙탕이 존재했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고인이 된 그녀가 남긴 문서에서 권력구도 안에서 고통 받았던 분하고 애통했던 절절한 마음이 드러난다.
‘배우’로서가 아닌 연예시스템 속에서의 ‘여’배우로서의 삶과 대우가 그녀를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고,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우울증에 시달리다 그렇게 목숨을 끊은 연예인이 어디 그녀뿐인가?

방송ㆍ연예계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한정된 방송출연 때문일 것이고, 연예 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 로비를 저지르는 행위는 이상적인 관례가 되어버렸다. 방송출연 결정권을 쥔 방송사는 권력이 됐고, 캐스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신인이나 연예 기획사는 제작자들의 각종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려운 것은 볼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 지망생의 순결한 성과 희망마저 성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그들을 동경해야하며, 그들에게 어떤 눈빛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방송이란 도덕과 영혼을 팔고, 그럴싸해 보이는 속빈 강정과도 같았던 것이었나.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서 한 관계자는 "접대 내역을 확보하고 내용 중 (접대)명단이 있어도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연 경찰은 언제까지 ‘공공의 적’에게 프라이버시라는 말로 감싸기만 할 것인가.
연예인 지망생을 상대로 하는 성적 착취는 교묘하게 묻히고 이 모든 것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 전모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과 연예계의 잘못된 연예계 악습의 먹이사슬 고리를 끊고, 그 악습을 지금부터라도 뿌리 뽑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음습한 뒷거래를 청산하고,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당위는 더욱 선명해 보인다.  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