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의 살림살이를 지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지방자치제가 단체장의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비리 사건 등으로 얼룩지면서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행정공백은 물론, 지역 이미지까지 실추시킨다는 비난과 지역민의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광주·전남 법조계에 따르면 민선 4기 5·31 지방선거를 통해 등원한 전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현재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단체장은 박연수 진도군수를 비롯해 이정섭 담양군수, 조형래 곡성군수 등 모두 4∼5명에 이른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12일 공무원 인사 청탁과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박연수 진도군수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정섭 담양군수도 지난해 공무원 인사와 관급공사 계약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5천5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조형래 곡성군수는 1심에서 사기 혐의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임기 도중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 각종 비위에 휘말려 법원의 심판을 받고 옷을 벗은 기초단체장은 모두 6명. 강종만 전 영광군수와 박희현 전 해남군수가 뇌물 등의 혐의로 중도하차했다. 다른 4명의 자치단체장도 금품살포와 비방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했다. 이밖에 전남지역 모 군수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돼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며, 또 다른 군수는 인사와 공사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검·경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로서 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부정부패로 중도하차 하거나 수사·재판 중인 지자체장을 합하면 1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남지역 지자체장의 절반 가량이 ‘부패 고리’에 연루된 셈이다. 기초단체장들의 부정부패는 결국 지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 단체장직을 상실함에 따라 부단체장 체제로 운영되면서 행정공백 우려가 높아진 것. 거기다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보궐 선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민들은 ‘선거 홍역’ 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재보선에 따른 비용도 해당 자치단체의 몫.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지역민은 3중고를 겪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영광군수 보궐선거에서 발생한 5억7천여만원의 선거비용을 영광군이 전액 부담했다. 따라서 단체장의 중도하차는 행정공백과 재보선에 따른 재정부담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주민소환제 도입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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