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自然)은 왜 늘 아름다운가.

‘흙 수저’ 논란과 ‘사법고시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하여

근간 우리사회를 달구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흙 수저’라는 말이다.

우리의 사회경제적 현실이 이 말을 그저 우스갯소리쯤으로 치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흙 수저 논란은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우리사회는 사회적 차이에 의한 차별이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도 오히려 더 확대되는 경향 속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이 차별의 문제를 그저 방치하더라도 사회가 지속적으로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에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우리사회가 더는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새로운 사회 문제들을 촉발시켜, 역사의 대 후퇴를 부를 수도 있다.

당신은 나의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는가? ‘흙 수저’라는 말을 우리가 한 때의 유행어처럼 그저 흘려듣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들이 있다.

사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흙 수저’라는 말을 듣게 되면, 이 말을 듣는 우리들 대부분은 이 말로부터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를 마냥 떠올릴 것이다. 유아 기(幼兒 期)를 막 벗어나던 그 어린 시절 행했던 그 놀이에는 오로지 ‘너는 남편, 나는 마누라(아내)’라는 남녀 구분의 두 설정만이 있었을 뿐, 다른 일체의 관념이 끼어들지 못했다.

곧 소꿉놀이에는 이해타산(利害打算)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에 회자되는 이 ‘흙 수저’라는 말에는 사회적 차이에 의한 차별이 출생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뜻을 함의(含意)하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우리는,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제반 국내경제사정을 고려하고, 더욱이 중산층의 두께가 매우 엷어진 사회경제적 현실을 감안하면, 이 말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점을 시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차별을 짓는 각종 사회제도를 하나하나 개혁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이행시키기 위한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일례로 지난 3일 법무부는 로스쿨 재도의 도입과 함께 2017년 폐지키로 했던 사법고시 제도를 2021년까지 그 폐지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도입초기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단순히 나만의 주장이 아니라 사법고시 제도 폐지 반대론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만일 사법고시 제도의 폐지가 중·고교평준화 정책과 같은 효과를 낸다면, 나는 그 폐지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법조인을 양성하는 현행 로스쿨 제도는 사회내부에 새로운 특권층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사회발전을 저해 하는 요소로 사회적 갈등의 새로운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분열과 갈등보다는 통합과 화합이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로스쿨 재학생을 비롯해 사법고시 제도를 애초대로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고시 낭인(浪人)’이 사라지는 등 사법고시 제도의 시행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문제 때문에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그 점 보다는 오히려 역시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노무현 정부 의지에 의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노무현 정부는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숫자를 늘려, 이 시장에서도 경쟁을 촉발시켜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국민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이 로스쿨 제도는 새로운 특권층을 만들어 내면서 당시 정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로스쿨 제도는 애당초 의도와는 달리 보통사람들의 법조인 진입 곧 법률시장 진입의 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많은 국민이 사법고시 제도를 존속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고시 제도 존폐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진 데는 ‘흙 수저 논란’과 그 맥이 맞닿아 있다. 사실 사법고시 제도를 포함하여, 행정(고등)고시 등 각종 고시제도는 출생 시의 성분과 상관없이 그 아이의 사회적 신분을 확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개천의 용’이라는 말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도입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앞서 설명했듯이 그 길을 아예 막아버렸다. 이로써 우리가 이제 더는 ‘개천의 용’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입학금과 학비 때문에 일반 서민의 자제로서는 그 입학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물론 장학제도와 학자금 융자제도를 이유로 높은 입학금과 학비를 진입장벽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 못이라는 견해도 있긴 하다. 그러나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일반인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막을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들은 로스쿨의 졸업과 함께 변호사로서 새로운 사회계급을 형성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그 폐지론자들은 로스쿨 제도를 두고 ‘현대판 음서제도(蔭敍制度)’라며, 사법고시 제도의 유지를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다. 음서제도(蔭敍制度)란 고려기와 조선조에 고위 관리의 자제에 대해서만은 무시험으로 관리로 등용했던 것을 이른다.

사실 나는 2003년 나의 저서 ‘뜨거운 감자’에서 현행 변호사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변호사 곧 법조 인력이라는 새로운 신분의 사람이 우리사회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법률은 특수지식을 보유한 자만이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도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누구나 자신 혹은 타인의 각종 법률적 다툼에 변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참에 나는 다시 한 번 더 변호사 제도의 폐지를 요구한다. 누구나 법률적 지식을 갖출 수 있는 시대에 걸맞게 변호사법의 폐지와 함께 그 동안 변호사법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특권 자체를 해체하고, 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아예 허무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누구나 변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사업자로 등록하게 해서, 그 수익에 상응하는 세금을 납부토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법부가 존재하는 한 그 인력을 보충해야 하고, 그 인력은 사법고시 제도를 존속시켜 보충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현재 사법부 운용을 보면, 각종 재판에 너무나도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는 그 만큼 사법부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변호사 제도의 존속을 위해서 선발인원의 수를 사법부가 그 동안 인위적으로 적게 선발한 탓이다. 지금 형사재판의 경우 최소 40일 이상 기다려야 첫 재판이 열리고, 각종 민사재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항소심 혹은 항고심의 경우 더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에서 변호사는 그야말로 특권층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그들을 사회 특권층으로 유지시킬 필요가 없다. 변호사법을 폐지해 그들 역시 일반사업자로 전환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에 회자되면서, 갈등을 부르는 ‘흙 수저’ 논란의 본질은 사회적 차이에 의한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여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사회 내부에 형성되어 있는 특권층을 하나하나 모두 다 해체해야 한다.

이 때 비로소 사회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

< 이미 다 거론되었지만, 혹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사족을 덧붙인다. 지금 우리사회에 널리 회자(膾炙)되는 “금 수저를 물고, 혹은 은수저를 물고, 급기야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라는 이 말들의 의미하는 것은 곧 부의 대물림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의 의미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죽도록 일을 해도 사회적 신분의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는 것을 함의(含意)한 자조(自嘲)의 말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사회는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가에 따라서 그 자식의 사회적 등급이 자동으로 매겨진다. 그리고 그 멍에 속에서 삶을 살아내야 한다. 이는 마땅히 이 땅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꺾어 버리는 비극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한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지 못해 안달하던 때가 있었다. 각종 기회를 누구에게나 보장하는 미국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컸었다. 물론 근년 들어 미국으로부터 한국으로의 역이민이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이 역이민이 발생한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회가 많아졌고, 그에 따라 한국에서의 삶의 질 또한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한국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민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2008년 말 경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는 한국경제를 장기 침체 속으로 밀어 넣었고, 자연히 국민소득 또한 상대적으로 역진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기에 더해 각종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 해소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체 구현되지 않고 각종 진입장벽의 구축효과에 의해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 차별 역시 여전히 확대일로(擴大一路)에 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첫해를 제외하면, 비록 낮은 성장률이기는 하지만 우리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고 있다. 그런데 그 성장의 과실이 특정 계층의 국민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에 의해 그 성장의 과실이 국민(소득)계층과 상관없이 사회 내부의 주요 계층에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그렇지가 못하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더 지속되면, 더 많은 ‘외로운 늑대’들이 출현하는 등 제반 사회문제들이 돌출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우리사회에 대해 물을 것이다. 바로 근년 자주 발생하는 소위 “묻지 마식 폭행 사건‘의 발생빈도가 이후 점차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차별적 잔혹성을 드러낼 것이다. 그 때 발생할 제 사회적 비용의 크기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부는 이제 사회적 차이에 의한 차별을 보다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흙 수저’ 논란이나 ‘사법고시 제도 존폐’ 논란의 이면에는 ‘사회적 차이에 의한 사회적 차별의 확대를 정부가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정부를 향한 국민의 강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오늘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서울광장에서는 제2차 민중총궐기 대 집회가 열린다. 지난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무려 13만여명(경찰추산 8만명)이 참여했다. 이 날 열리는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5만여 명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처럼 민중총궐기 대회를 여는 것은 곧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이 사회적 차별을 오히려 강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하며,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정책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정부는 사회적 차별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우리사회는 조화로운 사회가 되고, 국민이 행복한 아름다운 사회, 곧 꿈의 사회로 이동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자연이 늘 왜 저리도 아름다운가?

그런 가운데서도 자연은 늘 조화롭기 때문이다.

2015.12.5. 정득환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