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새정연 탈당을 계기로 본 정치지형 변화
안 의원 중심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등 정치세력화 어려워.
총선을 전후한 시기에 우리의 ‘장치판’ 곧 정치(선거)지형은 늘 요동쳐 왔다. 보수진영은 그나마 그 틀 내부에서만 요동칠 뿐 늘 그 정치판 자체에는 큰 변화가 거의 없었다. 새누리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진영의 응집력은 그만큼 크고 안정적이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당명에서도 보여주고 있지만, 내부 분열과 함께 그 정치판마저 깨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사실은 정당사에 잘 나타나 있다. 진보진영의 정치판은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고, 결합력 또한 그만큼 느슨한 셈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4개월 남짓 앞둔 지금 어김없이 제1야당으로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새정연이 몇 조각으로 나뉠 지는 좀 더 두고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 전 공동대표 탈당으로 인한 분당 가능성을 제외하면 추가 분당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 왜냐하면 분당의 명분(지역주의 극복 등)과 신당의 정치적 위상 등을 고려하면, 수도권을 대변할 하나의 중도 정당이 만들어져도 좋을 법 하지만, 그 외에 또 다른 정치적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명분으로 굳이 꼽자면 ‘새정치’를 들 수 있지만, 그것이 비록 신당창당의 하나의 명분은 될 수 있어도, 큰 응집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때, 손학규 전 대표가 말했던 ‘제 3지대’가 바로 수도권 아니겠는가?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우리의 정치지형을 형성하는 제1지역은 영남이고, 제2지역은 호남이다. 충청과 수도권(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새로운 중도정당이 창당되어 그 역할이 확장되면, 우리의 현실정치가 더 민주적으로 더 합리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곧 안정적 정치지형 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도권 중심의 신당창당은 충분한 대의명분이 선다. 하지만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과연 그 점을 신당창당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손학규 전 대표나 김한길 전 대표가 참여해 안철수 의원과 힘을 합칠 경우 그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이런 전제 하에 신당 창당 가능성을 살펴보자. 우선 시중의 말과는 달리 천정배 의원(무소속)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창당이 가능한가의 여부다. 나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천정배 의원의 신당설은 대의명분이 없을뿐더러 그의 정치력 또한 아직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3일 새정연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새정연 공동대표의 경우 그가 신당 창당에 나서면, 우선 신당을 꾸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우리가 겪은 정치인 안철수는 아직 초보정치인으로 누군가의 협력을 구하지 않고 홀로 서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그가 탈당을 감행한 것은 새로운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안철수 의원 뒤에 누군가 그림자 정치인으로 특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당장 보면,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안 의원의 그림자 정치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여길 수 있으나, 그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그게 누굴까? 박지원 혹은 손학규 전 대표를 상정할 수 있는가? 나는 그들 역시 아니라고 본다.
이렇고 보면, 안 의원 주변 정치인의 말처럼 그의 탈당을 뒤 쫒아 연내에 새정연에서 30여명 정도의 의원이 탈당할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지적햇지만 안철수 의원 역시 현실정치에서는 초선으로 아직 정치세력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정치 정보 취합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구심정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적어도 박지원 의원 정도의 정보력과 정치력을 갖춘 인물이 그를 도운다면, 비록 종래에는 허수아비가 되고 말겠지만, 그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만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지원 의원의 경우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인 자신의 형사사건 때문에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져 있다. 이 문제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안철수 의원의 정치행보와 무관하게 진보진영 곧 새정연의 정치판은 이미 크게 변해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소위 ‘박지원 플랜’이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은 안 의원이 정보력 부재로 헛다리를 짚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새정연 의원들이 말처럼 행동할 곧 탈당하여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의원 수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2012년 년 말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이미 경험했듯이 정치바람은 자연의 바람과는 달리 그 풍향과 풍속을 아예 예측할 수 없다. 당시 국민여망과 함께 일어났던 정치신풍 곧 ‘안철수 신드롬’이 질풍노도의 행태를 뛰었다. 그러자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의 의원들이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그 신당에 합류의사를 적극 피력하거나 급기야 참여하겠다는 서면에 서명날인까지 했던 예가 있다. 콕 꼬집어 그 의원의 이름들을 지칭하면, 그 내용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자칫 명예훼손에 해당 될 수 있어서 그 이름들을 거명하지는 않겠다. 지금 현재 현실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영향력이 있는 의원들 중 상당수의 이름이 그기에 올라있었다. 그러나 그 정치신풍은 범국민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사그라지고 말았다.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학습효과’를 감안하면, 안 의원 중심의 정치세력화(원내교섭단체 구성 등)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지금 새정연이 겪고 있는 내홍(內訌)은 내년에 치러지는 4.13 총선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번 새정연의 내홍사태를 내년 총선 공천권을 놓고 지분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 점 보다는 내후년(2017년) 12월에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사전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더 유용하다고 할 것이다.
내 시각이 옳다면, 안철수 의원에게서 그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안철수 의원이 보다 확실하게 차기 대선의 주자가 될 수 있을 정도의 그릇이라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그리고 내가 앞서 던진 제 물음들에 대해 그렇다고 답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아직은 안철수 의원의 정치력을 믿고 그를 따를 의원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시간을 더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안 의원의 이번 탈당선언은 결국 안 의원 스스로 자신의 정치미숙을 또 한 번 정치판에 드러낸 꼴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자신이 꾸릴 신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무늬로 남을 뿐이다. 즉,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몰고 올 정치후폭풍은 그 만큼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박지원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호남신당이 꾸려진다면, 그 파괴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경우 호남신당의 구심정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것은 정말 아둔한 태도다. 설령 안철수 의원 중심의 호남신당이 꾸려진다고 한들 국회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차기 총선지형 및 대선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신당의 경우 수권정당으로 또한 성장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이 신당에 굳이 합류할 현역 국회의원이 있겠는가? 비록 참여하는 의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미미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안철수 의원의 탈당선언을 끝으로 새정연은 그 동안의 당내 분당 논란 등의 내홍에서 벗어나 수습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비록 안철수 의원이 새정연을 탈당했지만, 그것이 현실의 총선 혹은 대선 정치지형의 변화까지 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안 의원이 밝힌 ‘정치세력화’ 구도는 이내 지워지고 말 바닷가 백사장에 우리가 남긴 ‘여름날의 발자국’과도 같다.
정치란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신의를 지켜나가는 정치인에 대해 꽃 피울 기회를 주기 마련이다. 이는 안철수 의원의 봄이 요원한 까닭이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연 탈당은 그의 봄을 스스로 더 멀리 연장시켜 놓고 말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표 중심의 새정연은 체제결속과 함께 내년 이맘 때 설국화를 꽃 피우는 길로 매진하게 됐다.
2015.12.13. 정득환 대기자 |
iperi@ip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