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와~~~’ 기쁨에 찬 함성 밑으로 자전거 물결이 펼쳐졌다. 강원 원주 따뚜공원에서 출발해 충북 청주 예술의 전당까지 116.2km를 힘차게 달려온 자전거 동호인단이 만들어낸 녹색물결이었다.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 사흘째인 27일 오후 2시 20분. 서부 스테이지 세 번째 코스로 강원 원주시를 출발, 충북 충주시를 거쳐 온 자전거 동호인단이 충북 청주시 예술의 전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20여 분 늦어진 도착에 혹여나 뒤처진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 사흘째인 27일 오후 참가 선수단이 충북 청주 시 예술의 전당을 향해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사진담당 박준수>
다행히 대부분의 선수들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던 팀장과 매니저들은 재빨리 수건과 스포츠 음료를 내밀었다. 선수들은 기쁨과 짜릿한 고통이 조화된 얼굴에 찬물을 부었다.
한쪽에서는 신음소리도 들렸다. 한 선수가 완주 후 긴장이 풀린 탓에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던 것이다. 동료들이 그를 일으키려 몇 번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 선수는 “오늘 코스를 완주해서 다행이다”며 땀을 닦았다.
“아이고, 수고 많았습니다.” 선수들은 땀을 닦다 말고 서로 인사하느라 바빴다. 땀이 범벅인데도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격려했다. 외국인, 내국인 선수들 간의 정도 보인다. 이 광경을 보던 루이가르노 W.S.C 소속 선수는 “장거리를 힘든 날씨 속에서 오르거니 내리거니 함께 달리다보면 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게 이번 자전거 축전의 또 다른 묘미 아니겠느냐”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휴식을 청하는 선수들 사이로 아직도 생기가 팔팔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몸을 슬슬 푸는 사람들도 많았다. 알고 보니 이들은 자전거 축전 청주시 퍼레이드에 참가하려고 모인 청주시 시민들이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분홍빛의 캐주얼 디자인 자전거를 타고 온 대학생부터 복장은 이미 선수급인 아저씨들까지 시민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단체전에 ‘CC-SUMMIT(써밋)’이 금메달을, 팀페달링과 용산레 이싱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했다. 구간별 단체순위는 팀 의 세 번째 주자의 도착기록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선글라스에 마스크, 헬멧까지 갖춘 아마추어 이정기 씨(58)는 자전거로 건강을 되찾은 이후 자전거 예찬자가 됐다.
이 씨는 “저는 무릎 관절이 약했고 남편은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건강 걱정에 부부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면서 “간단한 운동 삼아 시작했던 자전거로 건강도 되찾고 자전거도 계속 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MTB(산악자전거)를 타고 주말에는 40km, 주중에는 12km를 달린다.
건강뿐만이 아니었다. 이 씨는 “예전에는 남편이 난초에만 관심을 둬 서운했던 적도 많았는데, 자전거를 같이 타면서 호흡을 맞추다 보니 부부지간의 정도 커졌다”며 “우리의 변화를 지켜본 딸 셋이 자전거 용품을 사다 나를 만큼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전거가 어떻게 좋은 지를 직접 체험했으니 자연히 자전거 전도사가 되더라”면서 “아무튼 자전거 타기는 ‘적극 추천’입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른 시민들의 ‘자전거 예찬’도 끊이질 않았다. “자전거는 내 발”이라는 60대 할머니 친구분들, “자전거는 등·하굣길 친구”라는 청주중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모두 자전거 칭찬 일색이다.
아쉬운 이야기도 나왔다. 나부덕 할머니(63)는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타라고 권하고 싶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혹시나 싶어 말 못 하겠어”라며 안타까워했다. BMX-Cross(자전거 묘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던 'B3 Korea' 회원들은 “자전거를 늘 옆에 끼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번 행사가 반짝하는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전거 문화가 실생활이 될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를 하나 만들더라도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모의 체험단을 통해 평가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축전에서 ‘B3Korea’가 일명 자전거 묘기인 자전거크로스(BMX)를 선 보였다. 이 밖에도 경품추첨, 댄스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청주시민 들을 즐겁게 했다. 이어진 경품추첨에서 아쉽게도 경품을 타지 못한 윤정구 할아버지(75)는 “내 다리를 낫게 해 준 자전거로 축제를 하고 있으니 경품 안 받아도 기분 최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축제 열기가 한창 무리 익었던 24일 늦은 오후, 자전거 동호인들과 시민들이 길고 넓은 자전거 물결을 만들며 자전거 예찬에 빠진 청주시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은 청주시 이후 △서부 코스 대전(28일)-전주(29일)-광주(30)-목포(5월 1일)-순천(2일)-진주(2일)-창원(3일) △동부 코스 무주(30)-상주(30)-안동(5월 1일)-대구(1일)-포항(2일)-울산(2일)-부산(2일)-창원(3일)로 오는 3일 창원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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