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의 총장을 역임하였던 시인 이중李中은 중국 땅 곳곳 중에서도 중국공산당과 인연이 있는 고장을 빠짐없이 여행하면서 얻은 기행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오늘의 중국에서 올제의 한국을 본다>라고 이름하였다. 그것이 비록 여행에세이를 엮은 글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공산당 정부가 수립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그리고 그것을 한국의 미래와 결부시키는 필치는 내가 중국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일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 한 구절을 인용한다.
-모택동이 산이라면, 주은래는 물이고, 등소평은 길이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길을 낸 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그 산을 넘고, 그 물을 건너고, 그 길을 걸어 보아야 중국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경험이 미숙한 우리를 따뜻하게 다독인다.
내가 중국 땅의 여러 곳을 밟으면서 가장 뇌리에 깊이 새겨진 것은 중국의 역사와 관련된 사적이 아니라, 현대의 조소물彫塑物이었다. 중국문명의 발상지인 황화의 물은 붉을 정도의 짙은 황토색이다. 그 황하의 흐름 중에서 가장 강폭이 좁아서 사람들의 도강을 허락하는 오직 한 곳이 난주蘭州다. 그 난주의 황하 강가에 <황하모친상黃河母親像>이라는 큰 조소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붉은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조각된 ‘황화모친상’은 길이가 족히 5~6미터를 넘는 대형 설치물인데, 잘 생긴 중국의 여인(귀부인 같은)이 옆으로 누어있고 그녀의 품안에는 어린 아이가 엎드린 채 장난치고 있다. 나는 그 조소물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몸서리쳤던 일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누어있는 여인은 중국의 귀부인이었는데, 어미의 품에 안겨 천진하게 놀고 있는 아이는 아무래도 세계의 어린아이 처럼 보여서다. 황하의 어머니가 세계의 아이를 품 안에 두고 있음이 무엇을 뜻하는가. 황하가 세계를 아우르는 문명의 강임을 과시하고 있음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황하모친상>은 결국 중국이 지향하고 있는 정체성과 일치하고 있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7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가 중국에게 필요하고 적용되는 것은 그 사상적인 체제가 아니라 ‘통치의 도구’로 필요했을 뿐이다. 13억 인구가 가지는 다양한 목소리에 함축된 ‘내란’의 욕구를 억눌러 다스리기 위해, 언젠가는 독립을 요구할 56개 소수민족의 분기를 억압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체제가 하나의 수단으로 존재할 뿐, 중국 본연의 사상체계와는 융합 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세계에 우뚝할 중국의 힘은 사회주의 체계가 아니라, 중국 본연의 정체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화사상中華思想의 발로일 것으로 나는 믿는다.
신봉승
출생 1933년 5월 23일 출신지 강원도 강릉 직업 소설가,극작가,시나리오작가 대표작 시나리오-갯마을, 산불, 저 하늘에는 슬픔이, 세종대왕,두고온 산하, 봄봄, 홍살문
방송극본-타국, 대한문, 풍운, 조선왕조 500년, 동토의 왕국, 영웅시대, 머나먼 해협
저서-소설 한명회, 세월아 세월아, 왕건, 조선의 정쟁, 이동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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