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 사람들이 술잔을 돌리거나 찌개를 같이 떠먹는 특유의 문화 때문에 B형 간염에 취약하다고들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이 B형 간염에 유난히 취약한 것은 출생시 어머니에게 감염되는 수직감염이 많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의료원 김형수 교수팀의 조사결과다.
김교수팀은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을 방문한 B형 간염 환자 110명의 감염 경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출산시 어머니로부터의 수직감염이 30.9%로 가장 높았다. 아버지로부터 감염은 3.6%, 수혈은 0.9%로 적었다. 나머지 64.5%는 경로가 불확실한 경우였다.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경우 중에도 수직감염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본다면 실제 어머니로부터의 수직감염율은 조사결과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수 교수는 “어머니가 출산시 아기에게 감염시키는, 이른바 ‘수직감염’이 가장 많은 이유는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혈액이나 체액에 다량 노출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만성 B형 간염 환자 110명 중 완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증상이 조절되기 시작하는 신호인 ‘조기 e항원 혈청 전환’이 관찰된 39명(35.5%)과 그렇지 않았던 71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비수직감염이 수직감염에 비해 조기 e항원 혈청 전환률이 3.7배 높다는 결과도 얻었다.
수직감염이 B형간염 예후를 나쁘게 만드는 중요인자 중 하나임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다.
김형수 교수는 “성인기 감염의 약 90%는 합병증 없이 완전 회복되지만, 수직감염의 경우에는 9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며 “성인 감염의 경우 대부분 급성 B형 간염을 앓고 자연 치유되지만, 6개월 이내 회복되지 않으면 만성 간염으로 이행된다”고 설명했다.
◆ 수직감염 B형간염, 간암 위험 더 높아
수직감염된 B형간염의 경우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훨씬 높다.
태어날 때부터 몸 안에 자리 잡은 B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 초기 단계에는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해 활동성 간염의 증거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20~30대에 갑자기 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하고 신체의 면역체계를 가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가 파괴되고 증상이 급격히 심해진다.
김형수 교수는 “바이러스를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제압하면 완치는 안 되더라도 바이러스의 증식이 적고 염증이 경미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길어지면 간은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고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지며 간암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의학교과서에는 약 30% 정도의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고 나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위험도가 더 높아 지난 20년 동안에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약 50%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어제(7일)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초청으로 웁살라대학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한국인 B형 간염의 특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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