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들은 판교에 들어갈 수 없다? |
| [정책해설] 판교 분양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 |
| 건설교통부 박선호 주택정책팀장 |
요즘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와
채권입찰제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일부에선 분양가가 너무 높아 서민은 엄두를 낼 수 없다고 얘기하고, 또 분양가를 인근 시세만큼 더
올려서 당첨자가 얻는 이익을 아예 없애야만 투기가 사라진다고도 주장한다.
이번 판교 분양이 8.31 부동산정책에서 의해 바뀐
주택공급제도가 적용되는 첫 사례인 탓에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의 정책은 여러 세부
정책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작동한다. 부동산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복잡하고도 정교하게 짜여 있다.
참여정부는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 증진이라는 최상위 정책목표 아래, 소득계층별로 서로 다른 주거수요를 각각 충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맞춤형 정책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시행하는데 역량을 다해 왔다.
판교와 같은 공공택지 안에서의 중대형 아파트 분양과
채권입찰제는 주택시장의 한 부분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만 판교 분양과 채권입찰제의 의미와 효과는 전체적인 주택정책 프로그램의 틀과
맥락을 알아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각에서 겉으로 드러난 판교 분양가만을 놓고, 이익은 정부가 다 챙기고 국민
전부가 부담을 지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앞장서 집값을 부추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부터 이같은 지적이 전혀 균형적이지도
심층적이지도 않은 것이라는 점을 자세히 살펴 보려 한다.
◆ 채권입찰제, 왜 도입했나?
지난해 8.31 부동산정책으로 종전에 공공택지 내 소형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도가 중대형 아파트(전용
25.7평 초과)까지 확대되었다. 이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아지게 되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세에 비해 20～30% 이상 분양가가 저렴해진다.
당연히 당첨만 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되기 때문에,
너도 나도 청약대열에 나서고 투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채권입찰제는 이처럼 소수의 당첨자가 독점할 수 있는 공공택지의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하여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미 지난 1980～90년대에 시행했던 경험도
있다.
채권입찰제가 실시되면 중대형 아파트의 실제 구입자금(실분양가)은 분양가와 채권매입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인근
시세의 90% 수준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해서 청약과열을 막고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서민주택자금으로 활용하되, 실수요자가 부담하는
실분양가격이 시세보다는 낮게 형성되도록 유도하는데 채권입찰제의 목적이 있다.
◆ 판교의 실분양가격이 너무
높다?
새로 분양되는 주택은 그 규모에 따라 청약자격이 달리 정해져 있다. 주택보유여부나 소득수준을
감안하여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소형주택(전용면적 25.7평 이하)이 무주택 서민에게 우선 공급되는
것과는 달리, 중대형주택(전용면적 25.7평 초과)은 청약예금 가입자라면 이미 집을 갖고 있어도 청약할 수 있다. 집이 크고 내장재도
고급화되어 있어 집값 자체도 비싸기 때문에 보통 중산층 이상이 수요자가 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무작정 낮추어 청약과열을 부추기고 극소수의 운 좋은 당첨자가 이익을 독차지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판교와
같은 신도시는 개인의 토지를 공권력을 통해 수용하고 공공재원을 투입하여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조성하는 ‘공공택지’이다. 많은
사람들의 부담과 희생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계층의 주거안정에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형평성을
높여야 하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판교 분양가는 정말로 높은가?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채권입찰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근 분당 등지의 시세보다 저렴하다. 첨단의 건축·설계기법이 동원되고 친환경적인
단지조성을 통해 쾌적한 생활환경을 구비하게 될 판교 아파트의 값이 지어진지 이미 15년 가량된 인근 도시에 비해 싸다.
주택의 가치를 정확히 아는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판교 분양가가 비싸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판교 분양가가 높다고
비판하는 일부 언론마저도, 기사 끝 머리에 “그래도 당첨되면 몇 억은 남는다”고 확언하고 있다. 과연 분양가를 더 낮췄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 서민은 판교에 들어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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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공사현장 | 판교에는 다양한 규모와 유형의 주택이 공급된다. 지난 3월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어 시세보다 30%이상 저렴한 소형주택(전용면적 25.7평 이하)이 5,852세대 공급되었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이러한 소형주택에는 채권입찰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에 전매제한기간을 10년으로 하여 실수요자만이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의 혜택을 보도록 하고 있다. 이번 8월 분양에도 1,763세대의 소형주택이 포함되어 있다. 자금이 좀 더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는
국민임대주택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임대주택도 많이 지어진다.
판교에서 공급되는 총 29,158세대의 주택 중
17,448세대가 집이 없는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주택이다. 이런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판교에 서민은 없다”라고 비판하는
것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 채권입찰제 때문에 분양가가 상승한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상한제를 전제로 시행된다. 분양가상한제와 채권입찰제가 없었던 과거 분양가 자율화시대로 되돌아간다는
가정을 해 보자. 건설업체들은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인근 시세보다 높게 책정했을 것이다. 주택품질이 더 좋고 단지가
쾌적하다는 이유로 시세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채권손실액을 포함한 판교의 실분양가는 평당
1,800만원 수준이지만 인근 집값보다 분명히 싸다. 또 실분양가 중에서 사업자인 주공이 받는 분양가격은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분양가상한제에 의해 평당 1,200～1,300만 원대에 불과하다. 그 차이에 해당하는 500～600만 원은 사업자가 얻는 수입이
아니라 국민주택기금으로 들어가는 채권손실액일 뿐이다. 앞으로 인근이나 다른 지역에서 민간업체가 정할 분양가의 가이드라인은 주공의
분양가이지 채권손실액까지 포함되어 있는 실분양가격이 될 수 없다.
만약 판교 실분양가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매기는
건설업체가 있다면 폭리를 취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신규 아파트 분양을 승인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채권손실액을
제외한 주공의 분양가를 참고하여 분양승인을 내 줄 가능성이 높아 아파트 분양가의 전반적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버블이 포함된 분당 시세의 90%로 책정함은 부당하다?
일부에서 정부가
‘버블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목해 온 분당 집값’의 90%까지 분양가를 책정함으로써 결국 버블을 인정한 셈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이는
매우 과장된 논리이다. 이들은 채권입찰이라는 단어 자체의 뜻과 전혀 다르게 ‘채권매입 상한금액으로 입찰해야만 당첨이 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약자들이 무조건 상한액을 선택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청약자들이 집값에 버블이 있고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면, 이러한 위험부담을 감안하여 본인의 채권매입예정액을 써 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개별 청약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당첨권에 해당하는 적정 수준의 채권매입액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채권입찰제도의 작동원리이다. 일부에서 상한액을 써야만 당첨이 된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따라 청약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흔들리고 그
결과 더 많은 부담을 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덧붙여, 이번 판교 분양가는 성남시 전체를 ‘인근 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90% 수준으로 책정하였기 때문에 버블을 경고했던 ‘분당’의 시세를 기준으로 판교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것 자체가 틀린
이야기라는 점도 밝힌다.
◆ 건설업체 배만 불리고, 정부가 집장사한다?
또
건설업체만 이익을 내고, 여기에 정부가 집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나돈다.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상한제와 반드시
병행하여 실시된다. 분양가상한제에 의해 건설업체의 분양가는 정부가 미리 정한 표준건축비 이내로 제한되므로 업체의 과다이윤 가능성은
이미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채권입찰제에 의한 채권발행액은 전부 국민임대주택 건설사업, 영세민 전세자금 등으로
활용된다. 다른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없게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공공목적으로 조성한 공공택지 안에서 낮은 분양가로 중대형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로부터 일정 부분의 차익을 환수하여 서민 주거안정에 지원하는 것이 ‘집장사’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 서민주거지원은 채권발행수입 대신에 정부예산으로 해야 한다?
정부예산으로
서민 주택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연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달동네의 정비와 농어촌 주택을 개량하는 데에도 많은 예산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주택자금을
국민 누구나 내는 세금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주택시장 내부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 많은 공공재원을 투입해서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시장기능에 의해 주거문제를 해결치
못하고 있는 계층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이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재정운용의 합리성 측면에서도, 일반 조세수입만으로 이러한
지원을 하는 것보다는 타당한 일이다. 정부는 1982년 국민주택기금을 설치한 이래, 무주택서민을 위한 장기 주택자금 지원을 계속
확대해 왔다. 올해에만도 13조 원의 주택자금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쓰이게 된다. 채권입찰로 조성된 자금도 장기주택자금 확충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 정부정책에 대한 외눈박이식 비판은 지양되어야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 일부 지역의 집값과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에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균형잡힌 인식이 아니다. 이번 판교 분양을 둘러싼 논란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존중하고 지향해야 할 원칙과 가치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냉정히 성찰해 보았으면 한다. 판교에 청약하는 분들도 채권입찰의 의미를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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