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을 울리는 목소리. ‘가수 김홍조’가 돌아왔다!

요즘은 배우가 가수를 하고, 가수가 배우를 하는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직업의 전환은 굳은 심지가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문명의 혜택을 받기 힘든 산골짜기에서 영화배우의 꿈을 키우며 자라, 배우와 영화 제작자로서의 쓴 실패를 겪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보기 위해 시작한 노래.

가수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많은 사건과 사고, 녹록치 않았던 지난날은 잊고, 긴 터널을 지나 다시 팬들 앞에 당당히 나온 가수 김홍조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노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이은 악재에서도 버텨낸 오뚝이 가수 김홍조

“영웅심에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고, 꿈을 포기 못해 영화제작자로 활동하면서 부모님의 재산을 몽땅 쓰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죠. 어린나이에 너무 큰 충격이여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은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있었다.

그렇게 영화인으로서의 길을 접고 수많은 날들을 그는 방황했다. 그 모습을 본 가수의 길을 걷고 있던 고등학교 선배가 그에게 가수를 권유했고, 지난날을 잊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시작했다.

음악에 관한 지식도, 제대로 된 레슨한번 받아보지 못한 그였지만 목소리만은 탁월해 주변사람들의 호기심을 샀다. 1980년 ‘믿겠어요’라는 곡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된다.

꾸준한 인기몰이로 그의 3집 앨범은 43,000장의 기록을 세우면서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시련을 또 한번 찾아왔다. 두 번의 교통사고, 애인의 지나친 집착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웠던 그는 텐트 하나만을 가지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힘든 몸과 마음을 노래를 만들며 버텨왔고,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까지는 억누를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산 속에서 곡을 쓰며 버텨냈어요. 저는 어떨 수 없이 가수를 해야 하나 봐요”라며 소탈하게 웃는 그지만 굳음 심지로 다시 일어난 그였다.

나의 노래는 마음의 치유제

스스로 판소리를 연구하며 발성공부를 시작했고, 그렇게 그는 가수라는 직업을 즐기며 안정을 되찾아 갔다며 “노래와 내가 하나가 되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제가 노래로 마음을 치유했듯이 저의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요”라며 그의 여린 마음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그의 다사다난 했던 지난 날 때문일까,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과 인생’, ‘참 좋은 사람’, ‘체온’을 들어보면 한[恨]이 서려있는 듯이 애절하게 느껴진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잔잔한 바다에서 떠나는 배가 있는가 하면, 거센 파도에서 떠나는 배가 있죠. 비닐하우스 속에서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거센 비바람이 치는 곳에서 피는 꽃이 있겠죠. 제 인생은 가파른 능선에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씨를 뿌린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바람을 맞아야 씨를 뿌릴 수 있는 인생이라면 받아들이고 바람을 즐기듯이 인생을 즐겨야겠죠?”
따듯한 봄바람부터 뼈 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을 이겨내며 버텨왔던 그였기에 그의 노래는 마음을 치유하는 더욱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날을 발판으로 하여 보다 나은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당당히 선 그의 무대가 벌써부터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