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 산업의 역사는 약 100여년에 이르고, 1961년 전기 3사를 통합하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다.

한전의 직원들은 국민들에게 빛을 보여준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다 목숨을 잃는 일도 많았고, 때로는 정부의 정책과 싸워가며 국민들에게 양질의 전기를 공급해 주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던 한전이다. 매번 정부의 시책과 부딪혔지만 노조원들의 단합으로 지켜왔던 한전은 이번 역시 정부의 안일한 정책에 대응하고 있었다.

16대부터 18대까지 3번의 위원장을 역임한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을 만나 한국전력산업의 문제점을 파헤쳐보았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공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정부의 정책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와 인력감축 방안을 마련했다. 경제적 효율성을 잣대로 삼으며 비효율성과 방만 경영이라는 핑계로 공공기관들을 압박해오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일방적인 선진화 계획추진은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이끄는 잘못된 정책임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이사회에서 이를 통과시켜 노조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대졸초임 인하와 청년인턴 채용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청년인턴 2,000명을 채용했다. 인건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턴사원을 일시적일뿐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이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한전의 특징과도 관계가 있다. 한전의 설비는 발전소 건설, 변전소, 송전철탑, 배전설비 등 계속 증가하는 반면 인원은 계속 줄어 직원들의 고통을 말로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전 자회사의 안전사고였던 여수화력의 정전사고도 이와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6233명이 구조조정 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아웃소싱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안전교육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 됐으니 예정된 일이였다고 해도 만무하다.

이처럼 한전의 업무는 구조조정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김 위원장은 꼬집어 말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된 바가 있는 공기업 민영화 계획 또한, 노조원을 비롯해 국민들은 아직도 반감을 표하고 있는 상태이다. 과거 민영화 대상이었던 한전KPS는 경쟁시장을 억지로 구축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민간업체를 키워 경쟁상대를 만든다는 웃지못할 일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말하는 경쟁과 민영화는 이런 것인데도 아직 이를 추진하고 있다.

“민영화시 가장 큰 문제점은 전기요금의 급등과 전기품질 저하이다. 민영화가 되면 전기요금은 급등하고, 민간발전 회사의 이윤극대화 행동에 기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어 정부규제계약을 도입해 요금 인상을 방지하겠다고 하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전의 노조원들은 알기에 막으려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세계 각국의 민영화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다고 국민들에게 알렸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지불하고 구조개편을 중단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적게는 두 배에서 세배, 많게는 수 십 배까지 요금이 급등했고 공급 중단과 제한송전 등으로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만을 안겨주는 부작용이 심각하여 구조개편을 중단하고 있다. 공기업의 특성을 무시하는 정부 정책은 국가적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

값싸고 질 좋은 전기 공급해줬더니...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농어업, 저소득층 지원, 중소기업 기술지원 등 국가의 정책적인 소득재분배와 산업지원 등 정책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이지만 이를 무시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작년 석유와 석탄가격이 급등해서 한전이 3조원 정도의 손실을 기록했을 때 이는 한전의 방만함 때문이라는 잘못된 지적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한전은 정말 억울하다며 “한전은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으니 올해도 작년과 같은 손해를 볼 것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 전력요금에서 산업용은 원가의 85%, 교육용은 84%, 농사용은 36%,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의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전기요금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현실에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아이러니한 일 일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기에 원가 이하의 요금을 부과하는 현재의 구조가 불어나는 적자의 주원인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의 S전자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사용한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이 회사는 한전으로부터 1,523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셈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위원장은 S전자 흑자의 일부분은 한전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수익이 나는 것은 주택용, 일반용, 업무용 등에 불과했는데, 이마저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원가이하로 공급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1983년부터 2008년 사이 소비자 물가는 200%이상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고작 5%가 올랐다. 이것은 한전의 경영을 부실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값싸고 질좋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한전 노조원들은 무던히도 노력한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데, 한전이 생긴 이래 업무를 보다가 사망한 사람이 500명 가까이 된다. 대한민국 압축 경제성장은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 성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3조원의 손실을 한전의 탓으로만 돌리는 정부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안일한 정책은 그만 두어야 할 것이며, 노조원과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실을 무시한 정원 감축, 대졸 초임 삭감, 성과급제, 표준연봉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한전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전기는 인간의 생활조건이다. 현대생활에 있어서 전기의 중요함은 공기와 물과 같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국민생활과 국가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안정장치를 확충하는 것이야 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일, 한전의 3선 노조위원장으로서 한전의 배전분할이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 대표적 공기업 한전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 자신의 평소 생각이 담긴 ‘신의 직장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을 출간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기의 중요성을 몰랐다면 이 책을 읽고 한전 노조원들의 노력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