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무사 ‘민간인 사찰’ 문제 “진실공방”으로 다룰 일인가?
1. 기무사 ‘민간인 사찰’ 문제...KBS 기무사 반박에 힘 실어
KBS <‘민간사찰’ 진실공방>(하준수 기자)
MBC <“민간인 사찰” 논란>(박범수 기자)
SBS <민간인 사찰 논란>(권영인 기자)
12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직원 신모씨의 수첩과 신씨가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수첩과 동영상에는 군 관련 사건으로 활동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기무사가 민간인 사찰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민노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기무사는 지난 1990년 민간인 사찰이 내부 양심선언으로 폭로되어 명칭을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바꾸고, 활동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통치가 강화되는 와중에 20여년 만에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보도의 배치나 기사 량 등에서 방송3사의 관련 보도 비중은 높지 않았다. 방송3사 모두 한 꼭지씩 보도하는데 그쳤으며, 보도 배치도 KBS는 20번째 꼭지, MBC는 14번째 꼭지, SBS는 17번째 꼭지였다. 특히, KBS와 SBS는 김연아 선수의 아이스쇼 연습 장면 보도보다도 뒤에 기무사 관련 보도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보도내용에서도 방송3사는 차이를 보였다.
KBS는 이번 사안을 ‘진실공방’으로 접근하고 오히려 기무사 쪽 반박에 비중을 두는 영상화면을 내보냈다. KBS는 제목부터 <‘민간사찰’ 진실공방>(하준수 기자)으로 뽑았다. 앵커멘트도 “기무사가 즉각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뜨겁다”고 전했으며, 보도에서도 민노당의 폭로 내용과 기무사의 반박을 나열하며 보도 말미에 “민노당은 군 관련수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고 기무사는 신대위 폭행자가 드러나면 고발하겠다면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진실공방’으로 몰아갔다.
보도 영상은 교묘하게 기무사 쪽 반박에 힘을 싣고 있다. 민노당 당직자들의 활동 내용을 담은 동영상 장면은 집회 장면을 위주로 5～6초 정도로 짧게 비추는데 그친 반면 “(신모 대위가) 평택역 집회 당시 적법한 수사활동을 벌이다 시위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빼앗긴 것”이라며 폭행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기무사 측의 반박을 전하며 자료화면으로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및 충돌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무사 쪽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SBS는 <민간인 사찰 논란>(권영인 기자)에서 민주노동당의 주장과 기무사의 반박을 나열하며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 있는 가운데 민노당이 시민단체와 연대 투쟁을 모색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전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MBC는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영상을 자세하게 보여주며 기무사가 민노당 당직자 등에 대해 얼마나 일상적이고 세세하게 미행해 왔는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박범수 기자)은 건물에서 나와 차를 타려는 한 민노당 당직자 모습을 밀착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며 “택시를 타면 택시번호판까지 찍으면서 미행하는 모습이고, 쌍용차 시위 현장의 민간인들도 찍혔다”, “사무실에 들어가고 나온 시간, 이마트에서 내의를 사고, 새벽에 노래방 간 것까지 사생활도 일일이 추적했다”고 기무사의 ‘사찰’이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생활까지 이뤄졌다고 보도한 뒤, 기무사의 반박을 전했다.
2. KBS, ‘취업자수 감소’ 보도 뒤 “노동유연성 높여야 일자리 증가” 장관 발언 전해
KBS <‘반짝 효과’ 한 달>(심인보 기자)
<“노동 유연성 높여야”>(단신)
MBC <얼어붙은 고용>(정승혜 기자)
SBS <한달 만에 다시 감소>(정호선 기자)
지난 6월 ‘반짝’ 상승했던 취업자 수가 7월 다시 4만명이 줄어들며 주저앉아 고용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6월 상승은 정부의 ‘희망근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민간부문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 예산으로 어렵사리 유지되고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4분기부터는 예산이 없어 고용사정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3사 모두 7월 취업자 수가 줄었다며, 6월의 취업자수 증가가 정부의 ‘희망근로’로 인한 ‘반짝 효과’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KBS는 바로 이어 단신 <“노동 유연성 높여야”>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전했다. 보도는 윤 장관이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성장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임금 상승과 일자리 증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일자리 감소 보도 뒤에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일자리가 증가된다’는 논란의 여지가 큰 윤 장관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한 것이다.
3. MBC, 미국 ‘무료진료 사태’ 전하며 한국 ‘의보민영화’ 꼬집어
MBC <밤샘 줄 서더라도>(윤도한 기자)
SBS <무료진료에 ‘장사진’>(김도식 기자)
미국 LA에서 무료진료를 한다는 소식에 터무니없이 비싼 진료비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의료보험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현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무너진 의료보험 체계를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의보민영화’를 추진하며 이런 미국식 의료보험과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12일 MBC와 SBS는 미국 LA 무료진료 현장 모습을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MBC는 <밤샘 줄 서더라도>(윤도한 기자)에서 “무료진료 행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이곳이 과연 세계 최강국 미국인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동시에 한국이 따라 하려는 미국 의료보험 제도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한국의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을 함께 꼬집었다.
SBS는 <무료진료에 ‘장사진’>(김도식 기자)에서 “3억 명의 미국인 중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약 4천 9백만 명, 6명 중 한 명 꼴”이라고 미국의 현실을 전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업계와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고 미국의 상황을 전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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