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지원이 3월부터 중단돼 보육대란이 임박한 가운데 보육대란 해법을 놓고 또다시 여야간 충돌할 상황이다.

도와 새누리당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추경예산안에 반영해 보육대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실현된 만큼 중앙정부가 예비비 등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한 뒤 입법을 통해 '보육대란'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지난 14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2차 추경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추경예산안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년치 5459억원(준예산으로 집행한 2개월치 910억원 포함)이 반영됐다.

이 예산안이 도의회 심의를 통과하면 도는 시·군을 통해 해당 예산을 어린이집에 지원한 뒤 도교육청에 정산을 요구할 수 있다.

앞서 누리과정 예산 추경편성에 대해 도의회 더민주는 지난 4일 "누리과정 4월 임시회 추경에 동의한다"며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심도 있게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같은 날 "누리과정 추경 관련 더민주의 동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이 현실화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4·13 총선으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었고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이 된 만큼 중앙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바꿔 시급히 누리과정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 더민주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동의한 것도 집행부가 올해 예산안에 편성했어야 할 누리과정 예산을 준예산 사태 때문에 편성조차 못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 동의했을 뿐 예산집행은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현삼 더민주 대표는 "집행부가 예산편성 자체를 못해 문제될 수 있다고 도움을 요청해 예산안 편성엔 동의하겠다고 했는데, 언론을 통해 '선집행 후정산'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선집행에 동의한 것은 절대 아니며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된 만큼 중앙정부가 일단 예비비를 투입해 보육대란을 막고, 국회에서 '보육예산 국고부담' 입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세입이 없는데 예산을 편성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더민주는 총선 공약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선공약이었던 '100% 국가책임 보육(누리과정) 실천'을 내걸었다.

경기 화성병의 권칠승 더민주 당선인은 "'보육대란 재발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 누리과정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도록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역시 총선을 앞두고 '누리과정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공약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누리예산을 교육청·지자체가 의무 편성토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했지만 총선 결과는 정부 대책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새로 출범하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추경안 편성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돼 있어 집행부 입장에서는 예산안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의회 심의과정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1월 준예산으로 두 달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910억원을 31개 시·군에 배분했지만 3월부터는 예산이 없어 상당수 시·군이 어린이집 운영비 등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오는 20일 보육교사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등 보육대란이 또 다시 현실화될 상황이다. 도의회 더민주는 오는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보육대란'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