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내장사를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의견이 다양하여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눈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결정이 다른 곳이 나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표정으로 강조하니, 모두가 웃는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어렵지 않게 내장사로 목적지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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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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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년 우정이다. 은사님을 모시고 6 개월 만에 함께 하는 자리이니, 정겨움이 넘쳤다. 전주를 출발하여 내장사로 향하는 차안에서는 그 동안의 근황을 묻는 이야기가 도란도란 이어졌다. 겨울바람이 소리를 내고 있는 바깥과는 달리 자동차 안은 도란도란 이야기로 훈훈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시고 계신 은사님이 고맙기만 하다.
신태인을 지나서니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제 내린 눈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정읍과 고창은 눈이 많은 고장이다. 물론 북쪽 지방 보다는 덜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그래서 고창을 아예 설창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내장사에 접어드니, 쌓여 있는 눈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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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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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아름답다.”
빨간 색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고운 단풍 이파리 위에 쌓인 눈을 바라보게 되니, 황홀할 정도였다. 가을과 겨울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바라보는 마음을 꽉 잡아버린다. 눈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나무 가지마다 수북하게 쌓여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시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눈밭에서 뒹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나무에 피어 있는 눈꽃은 그 것대로 빛이 나고 있고 이파리에 묘한 형상으로 나타난 눈꽃은 그 것대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눈꽃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답다는 생각 말고도 이 추위에 고생하고 있을 어려운 사람이 떠오른다. 추운 계절을 나기란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은사님께서는 눈꽃을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신다. 자시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기심을 채우다보면 그 것은 얼마 되지 않아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인생이라고. 은사님의 가르침이 가슴에 그대로 박힌다. 하얀 세상을 둘러보면서 내안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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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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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마음이 녹은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눈꽃을 바라보면서 내 안의 마음은 어떠한가를 살펴보았다. 바쁜 세상을 살다보니, 내 안을 들여다 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 어려웠다. 내 안의 마음조차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말한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눈부시게 우뚝한 눈꽃을 바라보면서 ‘우리’를 생각해본다. 나만을 위하여 발버둥치고 있었는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은사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하얀 은발을 하시고서도 위엄과 권위를 잃지 않으시고 가르침을 주시는 은사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은사님의 모습과 눈꽃의 모습이 일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낮은 곳으로 임할 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春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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