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소나무가 서 있다. 눈을 맞으면서 우뚝 서 있는 모습에는 기상이 넘친다. 서 있는 곳이 바위여서 더욱 그렇다. 기름진 딸도 아니요, 포근하게 감싸는 방패막이도 없다. 바위라는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감당해야 하는 고난은 크기만 하다. 몰아치는 바람을 묵묵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소나무의 모습에서 아픔이라든가 괴로움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고통은커녕 오히려 즐거움과 기쁨이 넘쳐나고 있다. 하얀 눈은 서설이 되어 보는 이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불만도 없고 슬픔도 없다. 파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모습에서는 자랑스러움만이 배어나고 있었다.
어디에서 오는 힘일까?
나무는 자기가 서 있을 곳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곳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면 그렇게 당당하지 못할 것이다. 바위 위가 자신의 자리임을 의심하지 않기에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 곳이 싫다고 한다면 그렇게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곳에 적응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소나무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은 마음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디. 그 길은 꼭 가야만 하는 길이다.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걸어가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원하는 길만을 갈 수도 없다. 만약 바라는 곳만을 향하여 걸어갈 수 있다면 인생은 고행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젊었을 적에는 팔자나 운명을 믿지 않았다. 의지만 있으면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정해져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원하는 길을 찾아 발버둥을 쳐보아도 결국은 정해져 있는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나를 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곳에 내가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원하는 곳에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다면, 그 것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마음의 길이란 바로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나를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그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것은 기쁨이요 희열이다. 그 것은 시간과 일 그리고 삶의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인생이 되는 것이다.
눈 맞은 바위 위의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인생을 생각한다. 걸어온 길을 돌아다보며 걸어가야 하는 길을 생각하게 된다. 노력을 통해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마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기쁨에 취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그 것은 바로 행복이 아닐까.<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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