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파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당의 진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13일 소속 의원 전원에게 설문지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송된 설문지는 모두 7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관식과 객관식이 혼합돼 있으나 주관식 문항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문항은 당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와 바람직한 당의 진로, 차기 전당대회의 성격에 대한 견해, 새 지도부 구성방법, 전당대회 개최시기, 전당대회 준비 주체, 기타 의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문조사로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데 대해 친노세력들이 주축인 당사수파측은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이지만, 설문 참여 여부는 의원 개개인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당지도부는 14일과 15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17일 비대위 워크숍을 거쳐 18일 의원 워크숍에 설문결과를 보고할 방침이다. 한편, 문희상, 배기선 의원 등 중진의원이 주축이 된 ‘광장파’와 초재선 의원모임인 ‘처음처럼’ 등 중도그룹이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의 갈등을 중재하고 나섰으나 통합신당파가 반발하면서 당 진로를 둘러싼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희망포럼21과 안개모, 실시구시에 속한 통합파 의원들은 이날 낮 오찬모임에서 중도파가 제시한 중재안이 통합신당 추진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도파가 추진중인 서명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중도파가 14일 성명을 발표하면 곧바로 신당추진에 공감하는 의원들 명의로 맞대응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형일 의원은 전당대회의 성격과 관련, “ 당 해산에 관한 수임을 받아 내기 위한 전당대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문희상, 배기선, 유인태, 원혜영 의원 등 ‘광장파’와 ‘처음처럼’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조속한 전당대회 준비위 구성, 차기 전당대회는 대통합 추진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차기 지도부의 합의추대와 권한 강화 등의 입장을 정리하고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광장모임의 오영식 의원은 기자브리핑에서 "어제12일 중진그룹과 초선 의원들의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당내 생각과 입장을 뛰어넘아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합의에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양측의 합의를 돌출해 이끌어 내고 어떠한 입장과 방향으로 할것 인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또 "그러한 기본 관점으로 볼때 당내에 제의되고 있는 통합신당은 국민의 민심을 이끌기 위한 명분과 입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며 "이에 현시점에서 비대위 해산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설문조사는 적절한 방식은 아니나 지금 지도부의 설문조사로 인해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하고 전당대회 준비를 해야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특히 지도부의 권한강화를 위해 당의장이 원내대표를 임명하도록 하는 원톱체제와 당무위원회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도 추진중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진의원들은 신당파와 사수파 의원들을 상대로 활발한 설득작업도 벌이고 있다. 중재에 나선 중도파 의원들은 전체의 절반인 70여명의 서명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참정연과 의정연, 신진보연대 등 당사수파가 중재안에 대해 몇가지 사안을 제외하곤 대체로 수용의사를 밝혔고, 통합신당파에 대한 설득작업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질서있는 정계개편’을 대세로 굳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성격과 친노세력 배제에 대해 통합신당파의 입장이 여전히 강경하고, 당사수파 일각에서도 차기 지도부의 합의추대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어 내년 2월 말 전당대회까지 계파별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